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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감자 / 수전 캠벨 바톨레티 / 돌베개

 

 대기근 때 벌어진 슬프디 슬픈 일은 하고많았다. 무엇보다도 큰 비극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더 비참하고 몸서리가 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부여잡은 사람,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숭고한 행동을 보여준 사람, 살려고 아등바등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려고 애쓴 사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p.9-11)

 

 영국인들도 신문마다 쏟아 내는 풍성한 감자 수확 보도를 읽고 기뻐했다. 로버트 필 총리에 이어 6월 말에 존 러셀 경이 총리 자리에 올랐다. 러셀 총리는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백성은 자립해야 하며 정부의 구호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수입 옥수수가 초여름에 동이 났지만, 러셀 총리는 앞으로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많은 노동자가 햇감자를 수확할 때까지 쫄쫄 굶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었다. 어차피 아일랜드 노동자라면 여름철 '감잣고개'에는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배고픔을 참는 데 익숙해 있다는 것이, 총리의 주장이었다. (p.76)

 

 감자 역병이 2년 내리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지난겨울을 나면서, 노동자 대부분이 돈 될 만한 것들은 다 팔거나 전당 잡혔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식량과 씨감자를 샀다. 그런데 감자 농사는 쫄딱 망쳤고, 팔 것도 하나 남지 않았다. 수입 옥수수도, 일자리도 없었다.
 그러나 아일랜드 들판에는 곡식이 가득했다. 밀, 귀리, 보리, 호밀 등 가루를 내어 빵이며 죽이며 케이크로 만들어 먹을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기에서 대기근의 아주 커다란 모순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아일랜드 백성이 주식으로 삼는 감자 농사를 망쳐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서 노동자들은 입에 댈 수도 없는 곡식들이 영글고 있었다. 그것은 지주와 농민 것이었다. 굶주린 노동자들은 그저 곡식을 베고 털고 빻아 수레에 싣고 시장으로 내가는 것만 지켜보았다. 그 곡식은 영국과 다른 나라에 팔 것들이었다. (p.79)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나라에서 식량을 수출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가혹한 현실 한 가지는 기근은 식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근 문제는 식량 이용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 있다.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아일랜드인을 굶주리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주, 농민, 도매상, 소매상의 생업에 간섭할 법률을 제정할 뜻이 없었을 따름이다. 그런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주와 농민도 곡물을 영국과 외국 시장에 수출했다. 자신들이 영리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p.81)

 

 미국 남부에 있는 여러 철도회사는 아일랜드로 보낼 식량 운송비를 감면해 주었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공식 원조는 승인하지 않았지만, 의회에서 군함 제임스타운 호와 마케도니안 호 두 척에 아일랜드 구호 식량을 운송하도록 허가했다. 그때 미국이 멕시코와 전쟁 중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처였다.
 무엇보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촉토족의 원조가 아주 특별했다. 이 인디언 부족은 시련을 겪고 있는 아일랜드인에게 남다른 동병상련을 느꼈다. 촉토족은 15년 전, 1831년에서 183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미시시피 땅에서 쫓겨났다. '눈물의 이주길'에 올라, 오클라호마까지 1,000킬로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촉토족 부족민 절반이 사망했다. 그들은 1847년에 아일랜드 구호 기금으로 110달러[약 350만 원]를 기부했다.
 구호 기금을 가장 많이 낸 것은 미국과 캐나다에 정착한 아일랜드 이민자였다. 이들이 보낸 기부금은 다른 단체들보다 열 배나 많았다. 가족이 이주할 수 있도록 배표를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고국에 기부한 금액은 1847년 한 해에만 100만 달러[약 300억 원]쯤 되었다. (p.121)

 

 메요 주에서도 강제 퇴거가 숱하게 집행되었다. 크리스마스 열흘 전에, 메요 주 치안판사는 부대의 지원을 받아 마을 세 곳의 주민을 몽땅 내쫓았다. 소작농들은 빗속에 서서 군인들이 오두막집 지붕을 뜯어내고 벽을 부수는 것을 지켜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어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거세고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오. 그래도 울부짖는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 들렸을 게요." 집에서 내쫓긴 사람들은 나뭇가지와 짚으로 임시 거처를 만들었다. 거기에서마저도 쫓아내라는 명령이 군인들에게 떨어졌다.
 짐 킬리언은 소작료를 다 냈는데도 집에서 쫓겨났다. 할 수 없이 나무 몇 그루를 베어 텃밭 자리에 반토굴집을 지었다. 그러나 반토굴집을 발견한 경찰에게 체포되어 징역 2개월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지주네 나무를 함부로 베어 냈다는 것이었다. (p.159)

 

 

텅 빈 지구 / 대럴 브리커, 존 이빗슨 / 을유문화사

 

 중세 시대 유럽인의 90퍼센트는 농장에서 살았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생겨난 공장들은 노동자들을 도시로 집중시켰다. 농장에서 아이는 일종의 투자다―그들은 소젖을 짜고 밭에서 농사일을 거든다. 그러나 도시에서 아이는 먹여 살려야 할 또 다른 부양가족으로, 일종의 부채일 뿐이다. 그러한 추세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가나의 도시화와 출생률에 관한 2008년의 한 연구 논문에서 저자들은 "도시화가 출생률을 낮춘다. 도시 거주로 자녀 양육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시 주거비는 매우 비싸고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가계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도시에 사는 부모는 자녀 수를 줄임으로써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 군인 원호법은 오늘날의 중산층을 만들어 냈다. 수업료 무료와 같은 교육 지원 혜택 덕분에 800만 명의 참전 용사들이 학위와 졸업장,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저리 주택 융자 같은 주택 지원 사업 덕분에 430만 명의 참전 용사들이 자기 집을 마련했다. 제대 군인 원호법은 전쟁 기간 동안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교외 지역―그리고 도심 지역과 그 교외 지역들 사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을 만들어 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저녁 시간에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보는 최신 유행 텔레비전이 완비된 작은 집 한 칸과 승용차 한 대쯤은 살 수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인간의 뇌는 가장 중요한 생식기관입니다."라고 그는 단호히 주장한다. 아이를 언제 얼마나 많이 낳을지에 대해서 여성들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정보와 자율성을 갖게 되면, 그들은 곧바로 아이를 덜 낳고 더 늦게 낳는 길을 선택한다. 그는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도록 사회화되는 순간, 그들은 가족을 더 작게 꾸리려고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상황이 다시 역전되는 일은 없습니다." 루츠와 비엔나의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 Analysis) 동료 학자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점점 도시화되면서 확대된 교육이 미래 인구 예측의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어야 하는데, 유엔은 그것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소들을 인구 예측에 반영하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는 금세기 중반에 점차 인구가 안정화되면서 이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루츠는 2060년 초쯤 인구가 하락하기 시작할 거라고 믿는다.

 

 한 사회 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들의 교육 수준이다. 모든 것이 거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보건 의료 서비스 자선 사업가인 배로너스 발레리 아모스와 토인 사라키는 "여성 교육은 저소득 국가의 발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니세프는 여성 교육을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교육은 여성들에게 직장에 나갈 준비를 시키고 그들의 개인적 자율성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영양 결핍, 질병, 조혼의 가능성을 줄인다. 아프리카가 빈곤의 덫에서 탈출하려면, 여성 교육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여성 교육과 관련된 통계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2000년 옥스팜(OXFAM)에 따르면,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에서 학교에 다녀야 할 여아의 최소 30퍼센트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알제리(11퍼센트), 남아프리카공화국(5퍼센트), 가봉(9퍼센트) 같은 몇몇 나라는 예외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여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불행한 국가군이 서쪽의 말리에서 동쪽의 수단에 이르는 적도 근처의 국가들 정도로 줄어들었다. 적도선 이남의 거의 모든 나라는 취학 연령에 있는 여아의 80퍼센트 이상을 학교에 보냈다. 베냉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아의 비율이 88퍼센트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2016년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 Engineering, and Medicine)의 한 연구 보고서는 미국의 합법적 이민자―절반 이상이 고등 교육을 받았다―가 고도의 숙련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기업가적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에 기존의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본토박이 간 경쟁은 거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그 보고서는 "이민은 경제를 더 확대시키면서 원주민을 평균적으로 더 잘 살게 한다"면서 "그러나 이민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자기 나라에서는 찾지 못한 기회를 이민을 통해 이용하는 이민자들 자신이다."라고 끝을 맺는다. 앞에서 이미 본 것처럼, 이민자들은 소비를 진작시키고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받는 서비스의 재원이 되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다. 이민은 이민자와 원주민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 준다. 그것은 제로섬 게임과 정반대다.

 

 그러나 비록 민족주의가 한 나라를 뭉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한 거꾸로 말하면 외부 세력을 배제한다는 의미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한 민족으로 묶인다는 것, 즉 언어와 종교, 유전자, 문화(볼에 한 번 입을 맞추거나, 양 볼에 한 번씩 입을 맞추거나, 왼쪽 볼에 먼저 입을 맞추면서 모두 세 번 볼에 입을 맞추는 것 같은 인사법)를 그 민족 안에서만 공유한다는 것은 당신이 속한 집단을 그 밖의 다른 모든 집단과 구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신이 다른 집단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하기 어렵게 만들고, 마찬가지로 다른 집단 사람들도 당신을 이해하거나 함께하기 어렵게 만든다. 덴마크인은 덴마크인이고 일본인은 일본인이다. 그게 다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심지어 미국이나 뉴질랜드처럼 서로 태생이 다른 사람들이 정착해서 사는 나라들도 그런 강력한 민족적 기풍이 있기 때문에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그러한 기풍을 수용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한다.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도록 장려하는 것 또한 자연환경에는 좋다. 이것 또한 우리의 직관과는 다른 생각이다. 도시를 떠나 호수 옆에 있을지 모를 숲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난방을 하고 자연과 가까이 어울려서 사는 것을 꿈꿔 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 삶을 벌써 누리고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환경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심너울 / 안전가옥

 

 뭐 어쨌든 휴거는 아닌 거 같고, 애들은 이 상황의 전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재난 문자였다.
「[행정안전부]
서울시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정적.
해당 지역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운전 자제 요망, 현재 해당 지역에 위치한 시민들은 안전한 곳에서 대기 바랍니다.」 (p.13)

 

 잘 때마다 시간이 6일씩 흘렀다. 금요일 밤에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다음 주 금요일 아침이었다. 세 번의 연속된 금요일과 두 번의 시간 도약을 경험하고서야, 현은 그 비현실적인 현상이 실제임을 받아들였다. (p.74)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 / 서영수 / 에이지21

 

 이와 같은 오류는 분석가, 경제학자, 정부 등 많은 전문가가 가능성이 낮은 위험보다 성장률과 같은 평균 분석에 익숙한 탓이 크다. 예를 들어 지진이 발생해 대재앙이 일어날 확률이 1%에서 5%로 늘어난다면 위험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볼 때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위험이 5배 증가했다 해도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낮다. 그것이 현실화될 때 손실이 매우 크더라도 가능성이 낮은 사실을 갖고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주장하면 대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게 원금과 이자를 내는 대출 비중을 높이도록 하자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대신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전세보증금, 전세자금 대출과 임대사업자 대출을 늘렸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에서 원리금 상환 비중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 규제로 전체 가계부채의 25%에 불과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은 낮아졌다. 그러나 다른 대출이 늘어나면서 원리금 상환 비중이 줄어들고, 대출 만기가 짧아졌고, 전체 가계 대출 위험은 오히려 증가했다. '규제의 역설'이다.

 

 한 개인신용평가사의 평가 방법을 보자. 이 회사는 등급을 평가할 때 가중치로 상환 이력 정보를 40.3%, 신용 거래 형태 정보를 25.8%, 채무 부담 정보를 23% 등의 순으로 부여한다. 가중치대로 등급을 해석하면 채무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대출을 많이 받고, 또 잘 갚고 있다면 아무리 대출이 많더라도 신용등급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나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끌어다 써서 소득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도 기존 대출을 제때에만 갚으면 등급이 올라가고 한도도 더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가중치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가계나 개인이 같은 방식으로 신용등급을 받게 되고 더 많은 한도를 받아 더 많은 대출을 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가계와 개인의 평균 신용등급도 계속 올라간다.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이 많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대출을 더 많이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른바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다.

 

 전세자금 대출을 주택 투자에 이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거주 주택을 임대해 보증금을 확보하고 다시 거주 주택을 임차할 때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유 주택을 유동화하는 셈이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앤드루 S. 그로브 / 청림출판

 

 당신이 어디에서 일하든지 간에 그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은 '나'라는 한 명의 직원을 둔 일종의 사업체다. 당신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세계로 시각을 넓히면, 당신의 일과 똑같은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면서도 열의까지 더 높은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회사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 직원들이 경쟁자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들은 경쟁자가 결코 아니다. 당신 회사의 경쟁사에서 일하는 수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당신의 경쟁자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하려면 개인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가능한 한 '최저 가치(the lowest-value)' 단계에서 생산 과정의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한 달걀을 고객에게 제공되었을 때가 아니라 납품받을 때 알아내어 반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입사 희망자가 본사를 방문하기 전인 캠퍼스 면접 때 부적격자를 미리 탈락시켜야 한다. 그래야 본사 방문 경비를 절약할 수 있고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완성된 컴파일러를 검사하여 문제를 발견하기보다 컴파일러를 구성하는 각 단위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성능 문제를 미리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당신에겐 보다 많은 지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선택 가능한 지표의 수는 무수히 많지만 그런 지표가 가치를 발휘하려면 당신은 특정한 운영 목표에 초점을 맞춘 지표를 선택해야 한다.

 

 지표가 행동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리자는 지표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서로 반대되는 지표를 '짝지어' 측정하는 것이다. 재고를 예로 든다면, '재고 수준(inventory level)'이란 지표와 '부족 빈도(incidence of shortage)'란 지표를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족 빈도가 상승하면 재고가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실질적으로 수용할 만한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려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든,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이든, 소프트웨어 모듈을 만드는 것이든, 모든 생산 흐름이 검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최저 비용으로 수용 가능한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누적 가치가 최저 수준인 단계에서 불량한 재료를 걸러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삶은 달걀보다는 불량한 날달걀을 골라내는 것이 낫고, 지원자가 인텔을 방문하기 전에 전화 면접에서 걸러내는 것이 더 좋다. 간단히 말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에 반품시키거나 생산 흐름에서 제외시켜라.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행정 및 관리 업무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일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소프트한 업무 영역'에서 결과물과 활동을 구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결과물을 강조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며, 단순히 활동만을 증가시키는 것은 반대의 효과를 야기한다.

 

 

돈과 나 / 마루야마 슌이치 / 엘리

 

 케인스의 비유는 주식 거래의 심리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비유입니다만, '이길 수 있는 말에 베팅하는 심리'는 이제 주식 시장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보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예측하는 일…… 그런 이중삼중의 심리전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는 '주체적인 의지'나 '정직한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삶의 자세와 선택을 강요합니다. 어느새 주위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기 힘든 인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p.10)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인가, 아니면 '성장' 자본주의인가. 나는 '성장'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다들 성장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성장하지 않으면 끝장! 이라면서.
 이상하지 않은가? 대체 어디에 그렇게 쓰여 있지? 성서에? 하늘에? 아니면 수학 모델에? 과거에 증명된 적이라도 있었나? 아니다. 자본주의가 반드시 성장한다는 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 연금, 은행…… 모두가 성장을 전제로 움직인다. 마치 매일 날씨가 좋을 거라고 정해놓고 배를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런 배로는 안 된다. 잔잔한 날에도, 폭풍우 치는 날에도 항해를 할 수 있어야 튼튼한 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날씨가 좋아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맑은 날만을 염두에 두고 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p.45)

 

 한 시대의 강력한 기술은 사회 제도의 형태를 규정합니다. 게다가 그 기술은 두렵게도, 사회 구성원의 정신과 사고방식 같은 무의식의 층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규제를 가합니다. 반대로 말해, 사회 제도나 문화의 존재 방식은 자본주의 생산 수단인 기술, 효율성을 높이는 테크놀로지 등이 그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