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 배귀남, 손성하, 박소정 / 문학과지성사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기후 평년값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강수량은 7월에 가장 많고 12월에 가장 적다. 여름에는 연간 강수량의 50퍼센트 이상이 집중되어, 계절에 따른 강수량 차이가 매우 큰 편이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기도 하지만, 미세먼지의 농도 또한 낮은 편이다. 이를 두고, 강수량이 많아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낮아진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물론 비가 내리면 대기 중 오염 물질이 씻겨 내려가 공기가 깨끗해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그 크기가 머리카락 지름의 20~30분의 1 수준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을뿐더러 대기 중에 매우 많다. 반면 빗방울은 굵기가 1밀리미터 정도여서, 눈에 보일 만큼 크다. 자세히 보면 빗방울의 간격도 꽤 넓다.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씻어내려면 강수량이 매우 많아야 하는 것이다.
‘비 사이로 막 가는’ 것이 미세먼지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빗방울과 충돌해야 제거되는데, 이슬비 정도로는 충돌 확률이 매우 낮다. 특히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잦은 데다 강수량마저 적은 겨울과 봄에는, 비가 내려서 미세먼지가 해소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p.24)
빛을 산란시키는 정도는 미세먼지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그중 빛을 잘 산란시키는 먼지는 0.1~2마이크로미터 범위의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 빛의 산란이 많아지면서 가시거리가 짧아진다. 가령 황사가 발생할 때 가시거리가 짧아지는 것도, 대부분은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황사가 와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날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결국 초미세먼지의 광학적 특성이 가시거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p.29-31)
태양은 막대한 에너지를 주위로 방출한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의 근원이다. 우선 식물의 잎에 있는 엽록소는 햇빛을 받아 포도당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한다. 식물은 이 포도당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 생장한다. 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태양에너지를 직접 활용해서 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태양광 패널로 햇빛을 받아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발전, 태양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발생시킨 후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태양열발전이 있다. 이처럼 태양은 생명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대기오염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대기 중에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을 초미세먼지나 오존 같은 오염 물질로 바꾸는 것이다.
사업장이나 자동차에서 미세먼지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것을 1차 배출 미세먼지라고 한다면, 대기 중에서 햇빛과 반응해 새롭게 만들어진 미세먼지를 2차 생성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2차 생성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p.62-63)
2006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보일러실 상부에 기계식 환기장치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2003년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제정된 결과다. 당시 새집증후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기계식 환기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건축자재에 첨가된 화학물질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집 안을 떠돌며 영·유아에게 아토피질환을 유발하는 이 화학물질들은 자연 환기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집 밖으로 강제 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환기장치를 가동할 경우, 오염된 공기가 유입돼 실내미세먼지 농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환기장치에 에어 필터를 장착한다. 에어 필터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데, 공기저항을 일으켜 환기장치의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p.71)
결론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초미세먼지가 악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다면,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질산염 추가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대기오염 발생 과정은 이처럼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염원에서 배출된 양과 대기오염 농도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으며, 대기 환경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의 생성량도 달라진다.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하려면, 보다 다양한 조건에서 미세먼지 발생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p.82-83)
바람과 대기안정도는 미세먼지의 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구온난화로 중위도 지역의 바람이 약해지고 대기안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대기가 더욱 정체된다는 의미다. 대기 정체 현상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미세먼지를 이동·확산시키는 공기의 흐름이 미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세먼지도 그만큼 잘 축적된다.
결국 기후변화가 심각할수록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에 더욱 좋은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통 사회 경제 경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기반해 2022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겨울철과 봄철의 대기 정체 발생일은 지금보다 최대 1.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확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p.129-130)
당신의 위는 안녕하십니까? / EBS 명의 제작팀 / EBS BOOKS
위와 식도가 연결되는 부분에는 위산이 섞인 음식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있다. 항문에 있는 괄약근이 필요할 때만 열려서 대변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처럼, 하부 식도 괄약근은 음식물을 위장으로 내려보낼 때는 열리고, 그 이후에는 닫혀 있어서 음식물이 다시 식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하부 식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겨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긴다. 식도 점막에는 위산을 막아주는 점액질이 없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하면 상처를 입기 쉽다.
괄약근 기능이 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과식이다. 음식물을 잘게 씹지 않고 삼키거나 과다한 양을 먹게 되면 위가 커져서 복압이 증가하게 된다. 과식이 반복되면 괄약근 기능이 약해져 음식물이 역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식사 후 바로 눕게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역류가 오랫동안 반복되면 식도 점막이 위 점막처럼 변하는데, 이를 바렛(Barrett) 식도라 부른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의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바렛 식도는 식도선암의 원인이 된다. (p.64-65)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위축성 위염에서 장상피화생, 장상피화생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균입니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위 안에 들어오면 강한 산에 의해 죽는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산을 중성화시켜서 강한 위산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지독한 균입니다. 한번 감염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제균치료를 해야 합니다.” (p.74)
국가건강검진에 위 내시경 검사가 포함되면서 40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덕분에 증상은 비록 없었지만 위암을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해서 완치에 이르는 사람이 많다. 위암 발병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위암 5년 생존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러한 의료 제도 덕분인 것이다. 2019년 한 해만 해도 무려 16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나올 정도로 위암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다행히 전체 환자의 77%가 1기에서 암을 발견하고 있다. 국가 암 검진 사업에 따르면 위 내시경 검진을 잘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54%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p.92)
짠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소금은 인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성분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소금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위염의 발생률을 높이고, 위 점막을 손상시켜 발암물질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13g으로 권장량을 훨씬 넘어선다. 소금 섭취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위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칠레, 핀란드,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데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위암 환자들의 식습관을 보면, 평소에 젓갈을 자주 먹었다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금 섭취량과 위암 사망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보더라도 위암 발생과 소금 섭취는 큰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p.122-123)
한국인이 고기를 먹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구워 먹는 것이다. 숯불 위에 불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거나 가스 불에 철판을 올리고 구워 먹기도 한다. 우리에게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위 건강에는 좋지 않다. 이러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헤테로사이클릭아민, N-니트로소화합물 등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데 주로 육류를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많이 발생하는 물질들이다.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위 건강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좋지 않은 현상이다.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는 보존성을 높이고 맛있어 보이는 색깔을 내기 위해 아질산나트륨이라는 첨가물을 넣는다. 아질산나트륨은 제조 과정에서 육류 단백질에서 나오는 아민, 아미드류와 합쳐져 N-니트로소화합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든다. 또 가공육에 포함된 인공 감미료, 방부제, 색소 역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p.124-125)
위암이 진행되면 괴사가 되면서 조금씩 피가 흘러나오는데 출혈량이 적으면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출혈량이 많아지면 빈혈 증상을 느끼고, 피가 장으로 가서 흑색 변을 보거나, 위에 고여 있다 입으로 나오게 된다. 평소에 증상을 느꼈다면 그만큼 빨리 암을 발견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흑변을 보면 그제야 심각성을 느끼고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조기위암의 80%가 무증상이기 때문에 자각 증상에만 의존해서 건강 여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p.147-148)
위암은 종양이 어느 정도 자라서 장기의 기능을 방해할 때까지는 자각 증상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위암은 전형적인 자각 증상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은 다음과 같다.
(p.148-149)
- 소화가 잘 안 된다.
-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다.
- 명치끝에 통증이 있다.
- 공복일 때 속이 쓰리다.
-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
- 트림을 자주 한다.
- 입 안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
- 토하는 횟수가 늘었다.
- 입맛이 없거나 변한다.
- 몸무게가 줄었다.
-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졌다.
- 피를 토하거나 흑변을 본다.
-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
- 평소보다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 황달이 생겼다.
- 배에 혹 같은 게 만져진다.
- 배가 불러온다.
- 좌측 쇄골 위쪽에 멍울이 만져진다.
- 대변 보기가 힘들고 가스가 찬다.
- 자주 숨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