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영화관에 정말 많이 갔고 다양한 영화를 보며 풍요로운 삶을 누렸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었다. 초반엔 그래도 꿋꿋이 갔지만 상반기 이후로는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결국 영화관에 가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집 근처 CGV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종종 들르곤 하던 소규모 영화관들의 충격이 너무 걱정되고, 과연 그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몹시 암울하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을 구독하지 않고 시리즈온에서 DRM-FREE 영화를 개별 구매해 종종 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게 그들은 보조적이었다. 지루한 걸 원체 못 견뎌 영화든 드라마든 빨리감기를 하는 성격이라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걸 무조건적으로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재택 기간은 늘어만 가고, 또 밖에 나가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없기에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 드디어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살 때야! 그래서 이번에 블루레이 플레이어(LG UBK90)를 샀고 동시에 저렴한 32인치 티비도 구입하여 내 방에 두었다. 첫 타자는 당연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블루레이. 으아, 너무 좋잖아!
블루레이와 DVD 디스크가 많지는 않아서 블루레이 플레이어 자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아만 두었던 블루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함께 구입한 TV도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VOD도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을 테고. 이렇게 당분간은 집에서 영화를 보며 행복한 시네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화관의 존재는 역시 너무나 소중하다. 빨리 걱정 없이 막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었으면. 큰 화면으로 멋진 이야기를 보며 전율을 느낄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