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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과학 / 알렉스 코브 / 심심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신경도 따라서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불어 뇌의 전기 활동과 화학적 구성, 심지어 새 뉴런을 만드는 능력까지 달라진다. 이렇게 뇌가 변하면 뇌 회로가 다시 조율되어 또 다른 긍정적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수면 시 뇌의 전기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다시 불안을 줄이고 기분을 향상시켜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이와 유사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이것이 다시 기분을 좋게 하고 나쁜 습관을 떨치게 도와주어 고마워할 일이 더 많이 생긴다. 어떤 작은 변화라도 뇌가 상승나선의 시동을 거는 데 필요한 바로 그 힘이 될 수 있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다. 하루 종일 글을 쓸 때 유난히 심해진다.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내 사교 회로의 성향이 그렇다. 하루 종일 글을 써도 외롭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남들이 괜찮다는 사실을 알아도 내 외로움은 요지부동이다. 나에게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알고 있으니 오랫동안 글을 쓰는 날은 일이 끝난 뒤 친구들과 만날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이 내게 큰 스트레스를 안기는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내 계획 회로의 성향이다. 계획 세우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아니다. 이런 두뇌 회로의 성향 때문에 나는 하강나선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외로움을 느끼면 불쾌해지고 계획을 세우면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데 계획 세우는 일에 또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 역시 불쾌함을 남긴다. 이렇게 기분이 나빠질수록 계획 세우기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상호작용해 귀를 찢는 되먹임소리를 만들어낼 때처럼, 이 두 회로는 서로 먹고 먹히면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눈덩이로 부풀리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자각하고 있으니 집 대신 카페에 나가 글을 쓸 수도 있고, 글을 쓴 다음에는 친구를 만나 함께 식사하거나 달리기를 하러 가는 등 상황을 개선할 생활의 작은 변화들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사실을 깨달은 뒤 내 정신 건강은 대단히 좋아졌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일을 걱정하고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계획 세우는 일이 스트레스지만, 계획을 세우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다양한 뇌 회로가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람마다 빠져들기 쉬운 하강나선이 다르고, 그러므로 기분을 향상시킬 상승나선도 다름을 의미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자기에게 맞는 상승나선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단 뭐라도 결정하라.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 불안과 걱정을 촉발한다. 대개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불쾌해진다. 걱정해야 할 게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면 편도체의 반응성이 아주 커진다. 그러니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선택의 폭을 좁히고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려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한 가지를 결정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웬만하면 만족하라. 걱정은 흔히 완벽한 선택을 하거나 모든 것을 극대화하고 싶을 때 촉발된다. 중고차를 살 때 우리는 싸고 믿음직하고 안전하고 멋지고 연비도 좋고 색깔도 딱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다. 안됐지만 그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딱 한 대의 중고차는 없다.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것을 원하면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거나 자신의 선택에 불만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런 식의 ‘극대화’는 우울증을 더 심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최고의 저녁상을 차리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그냥 괜찮은 저녁상을 차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좋은 부모가 되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그냥 행복해하자.

 

 흥미롭게도 감정 회로는 부정적인 것에 의해 더 쉽게 활성화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 가지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긍정적인 사건을 아주 많이 경험해야만 둘이 겨우 비기는 정도가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어떤 사람의 뇌는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런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훨씬 크다. 그들의 뇌는 고통, 상실, 실수 때문에 치러야 할 감정적 대가 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를 자주 왜곡한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이러한 뇌의 부정 편향이 상황을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솔직히 현실은 보이는 것보다 더 낫다. 당신의 인간관계는 그만큼 엉망이 아니고, 당신이 하는 일은 그렇게 무의미하지 않으며, 당신의 능력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나쁜 습관은 충동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충동은 순간적인 욕망에 따라 추동되는 행위다. 무심코 페이스북 링크를 클릭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은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그냥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굳어진 나쁜 습관에는 입을 다물지 않고 음식을 씹는 것처럼 무해한 일도 있고 부담감에 압도되면 세상에 문을 닫아거는 것처럼 자신에게 해로운 일도 있다.

 

 고대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 “인생의 첫 30년은 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마지막 30년은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을 먹거나 볼 만한 게 없는데도 계속 텔레비전을 본 적이 있는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은 우리가 거기서 전혀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데도 실행하는 것이므로 종종 하강나선을 초래한다. 게다가 언제부터 그런 행동을 시작했는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즐겁지 않고, 의식하지도 못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사실 배측 선조체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앉아 있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흡연이다. 앉아 있는 것이 그만큼 나쁘다는 말이다. 당신이 (나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최소한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이리저리 걸어 다녀라. 그리고 20분마다 손과 팔과 등을 스트레칭하라.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사용하거나 운동용 공을 의자 대신 쓰는 것도 시도해보라. 전화 통화는 걸으면서 하라.

 

 모든 걸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해결책을 이루는 부분들이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직접 실천하는 것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된다. 소파에 앉아 있는 대신 걷는 1분, 1분이 상승나선에 시동을 거는 힘이 된다.
 운동이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뇌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임을 기억해야 한다. 회로들을 조정하고, 유익한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인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기분을 나아지게 할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라. ‘이제 기분이 좀 나아진 건가?’라고 묻는 것도 그만두어라.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과제에만 몰두하라.
 ‘이미 시도해봤는데 소용없었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뇌 같은 복잡계에서는 동일한 행동이 시기에 따라 다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교통 상황 변화와 비슷하다. 금요일 러시아워에 도로를 수리한다면 교통 정체가 생기겠지만 토요일에는 같은 공사를 하더라도 통행 속도가 느려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한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언제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우리는 각각의 선택에 어떤 결점이 따를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 내리기를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분적이라도 맞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선을 해내려 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걸로 충분하다고 인식하면 복외측 전전두 영역이 더 활성화되어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바른 방향으로 일단 한 걸음만 내디뎌라. 공자님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무엇보다 뇌에 꼭 맞는 말이다.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렸다면 시작은 한 셈이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은 실제로 한 걸음을 내딛기 전까지는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슈퍼마켓에 가거나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일이 천 리 길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더라도 사실 해야 할 일은 정해진 목표를 향해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뿐이다. 슈퍼마켓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하나 적거나 아니면 일단 자동차 키를 찾는 일부터 시작하라. 행동하지 않는 결심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행동만큼 뇌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결심만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것은 상승나선을 가동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다.

 

 대개 우리는 좋은 일이 일어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가장 큰 행복을 느낄 때는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심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다.
 우울증이 지닌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아무것도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오늘의 행위를 미래의 행복과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주지 않는 행위는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충동이나 습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어떤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능동적으로 선택하면 훨씬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결정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결정을 내려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면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원치 않는 것을 피하고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특정한 목표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면 적어도 잠시 동안은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형편없이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대신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싶어”라고 말하라. 이런 식의 긍정적 사고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장기 목표를 세워라. 우선 자신에게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잘 맞으며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적어도 하나나 두 개 적는다. 구체적인 목표에는 분명하게 정의된 성공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자신이 그 목표를 이루었는지 혹은 이루지 못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작성한 목표가 영감을 주거나 동기를 부여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목표를 더 고민해보라.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목표를 찾았다면, 자신이 정말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목표를 자신이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은 목표들로 세분한다. 예를 들어 직장을 구한다는 목표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한 주에 이력서를 두 군데 보낸다거나 매일 10분간 온라인으로 직장을 물색해보겠다는 더 작은 목표를 세워보라.

 

 현대의 수면 연구가 시작된 지 1세기가 지났지만 수면의 정확한 용도는 여전히 어느 정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아는 사실은 질 좋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나쁜 일이 일어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면 대단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은 깨어 있는 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개선한다. 이를테면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기억력을 강화하고, 통증을 완화한다. 집중력, 명료한 사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질 좋은 수면은 전반적인 건강에도 이롭다. 잠을 잘 못 자면 체중, 심장, 심지어 면역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또한 수면장애가 있으면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자신의 우울증이 기본적인 건강이나 중독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 수면 개선이 상승나선에 시동을 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기 전 준비 단계로 반복적 일과를 만들자. 그리고 매일 밤 그 일을 하자. 정신없이 바쁜 하루의 나머지 부분에서 자신을 분리해낼 수 있는 일 말이다. 특히 전전두피질의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최대 속력으로 해치우다가 갑자기 침대에 누우면 잠들기 어렵거나 질 좋은 잠을 자기 어려울 수 있다. 취침용 반복 일과로는 양치질, 세수, 화장실 가기 그런 다음 잠시 독서하기 등을 할 수 있다. 허브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기도를 하거나 아무튼 긴장을 풀어주는 어떤 행위든 다 좋다.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변하겠다고 결단하라. 변하겠다고 결단하는 것은 단순히 변하기를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단을 내렸을 때 성공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바꾸고 싶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두는 것도 성취 가능성을 높인다. 예컨대 “운동을 더 많이 하기로 결심했다”보다는 “화요일과 목요일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가기로 결심했다”가 더 효과적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려다 실수를 하면 우리는 흔히 의지력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의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전두피질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제대로 작동할 만큼 충분한 세로토닌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이제 달라지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물론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선조체는 사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선조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반복일 뿐이다.
 100퍼센트 항상 성공만 할 수 없고, 대부분 성공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봐야 뇌를 다시 길들이는 과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 이런 좌절감이나 자기비판은 스트레스의 원천이며 다시 옛 습관을 반복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운다. 변화의 열쇠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습관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찾아온다. 그 특별한 순간이 바로 전전두피질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목표를 상기시키고 다시 시도하라고 말해줄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당신은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실수했다고 포기한다면 선조체에 포기를 훈련하게 하는 셈이 된다. 머릿속에서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다. 그 목소리에 자꾸 귀 기울일수록 목소리는 점점 습관처럼 반복될 것이고, 저항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가 목표를 향한 실천을 고수하면 그 목소리는 점점 약해진다.
 집에서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훈련할 때 그 강아지를 대하듯이 자신을 참을성 있고 친절하게 대하라. 강아지에게 자꾸 스트레스를 주는 건 방바닥에 쉬를 하도록 유도하는 일일 뿐이다. 처음에 습관이 들지 않으면 그냥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습관이 붙는다.

 

 서로 다른 호흡 유형은 신체와 뇌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낸다. 스웨덴에서 실시한 한 연구는 다른 호흡 유형들(느린 호흡, 빠른 호흡, 엄청나게 빠른 호흡)을 조합한 호흡이 낙천적인 감정을 증가시키고 우울, 불안,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호흡은 미주신경이 전달하는 신호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주신경은 심장으로 신호를 내려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간으로 신호를 올려보내기도 한다. 미주신경이 보내는 신호는 휴식과 이완을 담당하는 회로인 부교감신경계(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교감신경계는 투쟁-도피 반응을 통제하는 교감신경계와 반대 역할을 한다. 천천히 호흡하면 미주신경의 활동이 증가하고 뇌의 부교감계 활동이 촉진된다. 천천히 깊이 호흡하면 차분하게 진정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출발선 뒤의 초조함 / 박참새 / 세미콜론

 

참새 자책의 굴레를 극복할 때 스스로에게 자꾸 주문을 걸었다고 하셨는데, 그 주문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 좀 해주세요. 왜냐하면 저 같은 분들이 되게 많을 거예요.

겨울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가 만든 거, 너무 형편없잖아요. (웃음) 그런데 이렇게 계속하면 아무것도 안 되겠는 거예요.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내 길을 만들겠어요.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 거고요. 그러니 나의 못남을 좀 견뎌야 하는 거죠. 어쨌든 못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다는 결과적으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런 조언을 저도 봤었어요. 그런 거 있죠, 미완성 곡이나 미완성 글을 두 편 쓰는 것보다, 못났지만 완성된 하나를 만드는 게 훨씬 더 많이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요. 그런 조언을 보면서 많이 다짐했죠. 진짜 별로인 거라도 하나 완성하자, 그래서 하나하나 쌓아가자. 어쨌든 다음에 더 잘하면 되잖아요. 뭔가를 계속 쌓아 나가는 일이 결국 스스로에게 더 도움이 될 거고, 아무리 ‘이건 완벽하게 만들겠어.’ 해봤자 그걸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누가 어떻게 볼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런 말을 많이 했었죠. “어쩔 수 없다.”

 

지혜 지금은 적당히 가서 보고, 영향받을 건 받고 하는 식으로 지내고 있는데요.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제가 원하는 부분들이나 욕망이 무엇인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인지하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봤을 때 부러운 마음이나 닮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들 때 그것이 나의 욕망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해요. 다른 서점에서 저희가 할 수 없는 근사한 프로젝트, 할 수 있죠. 상대적으로 우리 서점에서 못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위축될 때가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그 기회가 똑같이 나한테 왔을 때, 내가 그걸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근사해 보이는 건 맞는데, 그 일을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저에게 맞지 않는 일이니까요. 그러면 사실 애초에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요. 누구나 그렇듯 보기에 근사한 일, 명예로워 보이는 일, 아니면 큰돈을 버는 일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그게 진짜 부러운 감정인 건지, 내가 원하는 걸 저 사람이 가져서 드는 감정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해요. 보통 시기나 질투 같은 것들이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판단되니까 일단 피하려고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직면하려고 노력해요. ‘나 왜 이런 감정이 들지? 왜 저 사람이 부럽고 샘이 나지?’

참새 내가 대체 무엇을 원하길래?

지혜 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노선이 다른 사람인데 왜 저걸 부러워하고 있는지 묻게 되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조금 정돈되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지혜 참새 님도 책이 서점으로 이끌어주고, 여기까지 오게 한 거잖아요. 나중에 책을 좋아하지 않게 되거나,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해서 그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닌 거죠. 그런데 두려워하시는 부분은 참 공감이 되어요. 저도 덕질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게 책이었거든요. 좋아하는 것도 책, 취미도 책, 여행을 가도 서점. 정말 책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어서, 저희 남편이 맨날 저보고 책밖에 모르는 책바보라고 할 정도였는데 여기서 번아웃이 오니까 정말 당혹스럽긴 했어요. 도망칠 곳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방책이 있어요. 그냥 사랑하는 걸 많이 만들면 되더라고요. 지금 사랑하는 게 책밖에 없어서 고민이신 거라면, 책 말고도 좋아하는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거죠. 책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른 세계로 가서 잠깐 쉬고, 그 세계가 나를 힘들게 하면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식으로요. 사랑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굴리는 게 요즘 저의 방법인 것 같아요.

 

지혜 요즘 저도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이 되게 많아요. 사적인서점 시즌3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교보문고에서 나와서 할 수 있는 방식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최근까지 했던 고민 중 주요했던 것은 서점의 위치였어요. 서울에서 서점을 하느냐, 서울이 아닌 곳에서 하느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죠. 그런 선택의 상황에서 저를 덜 걱정하게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전부가 아니라고요. 선택 앞에서 절박해지는 이유가, 여기서 망하면 끝장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움직이거나 시도하는 게 아니라요. 잘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전이나 모험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지금의 맥락과 비슷한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는 뭔가를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그걸 바라고 욕망한다는 거죠. 결혼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고, 서점원이 되어본 적 없는 상태에서 서점원이 되고 싶어 하듯이요. 그건 마치 운전면허가 없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거랑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하더라고요. 그렇게 본다면 사고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실패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선택이 어려운 거라고 말해주는 책이었어요. 실패는 당연한 거예요.
저도 교보문고 들어갈 때 너무 불안했어요. 대형서점 안에서 운영하는 건 처음이니까요. 그런데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적인서점 시즌3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절박해지니까 저답지 않은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있더라고요. 그럴 때, 이게 마지막이자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즌4도 있고, 시즌5, 시즌6… 제가 하기로 한다면 끝없이 해볼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일단 실패에 대한 건 기본값으로 잡고, ‘실패할 수도 있어. 그런데 거기서 분명히 배우는 게 있을 거야.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죠.

 

지혜 평생 버티는 것 같아요. 사실 일뿐만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인 거잖아요.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꿈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단기적인 목표요. 서점을 하고 싶었으니, 그냥 달려가기만 하면 됐거든요. 목표가 너무 명확하게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이루고, 10년 차가 되니까 도달 지점이랄 게 없고, 지금 하고 있는 걸 잘 유지해서 오래 하는 게 목표인데요. 예전에는 큰 보상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요즘에는 당연하게 느껴져요. 일을 하다 보니까 익숙해진 거죠. 그러면 더 큰 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그만큼 강력한 자극은 쉽게 오지 않잖아요. 이런 상태로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거죠. 일도 마찬가지예요. 사적인서점 안에서도 이제 극적인 변화가 있을까 싶거든요. 어떤 자극이 원동력이 될 만큼 저를 끌어주지는 못하는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내가 조금 더 재밌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생활인’으로서의 정지혜를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번아웃이 왔던 이유가 생활인 정지혜는 없고 직업인 정지혜만 있어서 생긴 허무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직업인 정지혜만 잘되어서는 즐거울 수 없고, 생활인 정지혜만 잘 지낸다고 해서도 즐거울 수 없는 것처럼, 그 둘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요즘은 일도 일이지만, 소중히 여기는 일상을 부지런히 챙기려고 노력해요. 최근에 제가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촌부한테 “얼마나 더 가야 절이 나오나요?”라고 물어보니, 촌부가 말하길 “이자뿌리고 그냥 가소. 가다 보면 나옵니다.”라고 대답했대요. 저는 이 이야기가 일과 인생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건 의미가 없는 거 같고요, 그냥 계속하는 거. 그냥 계속하다 보면 또 생기고, 변화들이 오고 하지 않을까요. 11년 차인 지금은 그 말을 등대처럼 삼으면서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슬아 원래 듣는 것을 조금 더 좋아하기는 했어요. 듣고 물어보고, 또 듣고 되묻고 이런 과정이 좋았는데요. 그런데 데뷔를 그런 식으로 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인터뷰어로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인터뷰가 좋아서도 있겠지만, 그전에 이슬아라는 자아 대잔치를 해서. (웃음) 진짜 시끌벅적하게 자기소개를 한번 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 같은 저의 첫 책이 조금 징그럽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지만, 인터뷰이뿐만 아니라 인터뷰어에 대한 호기심이 같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화를 훨씬 흥미롭게 읽잖아요. 시끌벅적한 자기소개를 한 다음이어서 제 인터뷰도 읽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레 듣는 시간이 조금 많아졌는데요. 사실 그전에도 반경 내의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쓴 것이긴 한데, 인터뷰는 듣는 일 자체가 장르잖아요.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인터뷰는 절대로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슬아 그리고 제가 질문하는 방식을 여러모로 반성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또, 이 사람의 삶의 진짜 빛나는 면이 인터뷰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배웠고요.

참새 질문하는 방식에 대해 반성하게 되셨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슬아 제가 중장년 노동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런 선생님들 만나면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 궁금해져요. 그럼 처음엔 이렇게 물어보죠.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하세요?” 그러면 “그냥 했지, 뭐.”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진짜로 진실을 발굴하려면, 다르게 치고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선생님은 너무 무던하게 같은 일을 강단 있게 해오신 것이기 때문이죠. 그분들의 일을 진짜로 들으려면 애초에 질문부터 디테일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구체적으로 물어봤을 때, 이 사람의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거예요. 제 질문이 추상적이면 답변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거죠. 진짜 정확하고 정교하게 물어봐야 한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슬아 대담의 제목이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잖아요. 저는 이걸 보고 이제 막 독립자가 된 참새의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이슬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일간 이슬아〉 늦봄호가 출발하거든요.

참새 그렇군요.

슬아 언제나 연재 전에는 초조한 것 같아요. 이번이 4년 차의 두 번째 연재인데, 너무 여전하다고 느낄까 봐요. 발전 안 했을까 봐, 항상 초조하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빨리 발전하지 않잖아요, 느리게 성장하잖아요. 그래서 연재 때마다 그렇게 갱신을 할 수 없는 걸 이제는 알겠어요. 그래도 너무… 좋은 글 쓰고 싶잖아요. (웃음) 너무 잘하고 싶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