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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보틀드 / 대니얼 재피 / 아를

 

 불과 40년 사이에 병입생수는 소규모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치재에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글로벌 소비재로 변모했다. 이 비교적 새로운 상품은 적어도 3개의 위기에 대한 투쟁의 합류점에 자리 잡고 있다. 안전한 식수에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적 위기,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 변화, 담수 부족 심화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생태적 위기, 그리고 공공 수도 시스템의 미래를 둘러싼 싸움이다. 앞에서 살펴본 장면들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인 물에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와 민간 사업자가 병입생수라는 상품의 형태로 수익을 위해 물을 공급하는 방식 사이의 긴장을 담고 있다. 이 긴장은 물에 대한 두 비전 사이에 있어온 오랜 충돌 구도와 겹친다. 한편에서는 물을 경제적 재화, 즉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상품’으로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을 공공재, 공공 신탁재, 그리고 인권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병입생수는 지속되고 있는 이 싸움 중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그래서 아직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선을 나타낸다. (p.20)

 

 병입생수의 급성장을 추동한 기저의 동학은 세계의 지역마다 다르다. 글로벌 남부(또는 ‘다수 세계(Majority World)’)의 상당 지역에서는 식민 시기의 유산, 부채, 재정 긴축 같은 요인 때문에 이제까지 많은 정부가 수도 공급을 도시 인구의 빠른 증가에 부응하는 속도로 확대하지 못했다. 정치적 의지가 있는 곳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 소비자, 정부는 안전한 식수의 희소성(실제 희소성과 인식된 희소성 모두)에 대한 해법으로 포장생수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이 책에서 포장생수(packaged water)는 일회용 병에 담긴 것, 대용량 물통에 담긴 것, 종이팩이나 비닐팩에 담긴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화된 물’을 통칭하며, 이 중 가장 큰 부분집합이 ‘병’에 든 물이다. 글로벌 남부의 큰 도시 대부분에서는 포장생수 시장이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초국적 기업과 그 자회사들은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 생수’를 중산층과 고소득층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한편 현지의 소규모 판매상과 정수물 리필 점포들은 가난한 노동자 계급 사람들에게 수원과 수질이 종종 불확실한, 더 저렴한 물을 공급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저렴한 물도 너무 비쌀 수 있다. 이는 병입생수라는 상품이 물 인권에 대해 갖는 우려스러운 함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의 100%의 가정에 안전한 수돗물이 공급되는 글로벌 북부(또는 ‘소수 세계(Minority World)’)의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병입생수가 증가한 이유가 사뭇 다르다. 병입생수 회사들은 사회적 지위, 순수성, 몸 관리, 건강 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에 소구해 이 상품을 판촉했다. 또한 때때로 병입생수 광고는 수돗물을 비하하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이는 수돗물의 질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일으키기도 했고 이용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시간주 플린트나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커튼 같은 곳에서 발생한 수돗물 오염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병입생수 수요가 한층 더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병입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한 것도 아니고 덜 엄격하게 규제되며 훨씬 높은 수치의 미세 플라스틱을 담고 있다. 또한 적어도 미국에서는 상당량의 병입생수가 재정수한 수돗물이다. 코카콜라의 다사니, 펩시의 아쿠아피나, 네슬레의 퓨어라이프가 수돗물 제품이다. (p.30-31)

 

 유엔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 세계에서 7억 7100만 명이 어떤 종류의 안전한 식수원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크리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20억 명 이상이 ‘개선된’ 혹은 안전하게 관리된 수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23억 명이 기본적인 위생시설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적어도 30억 명이 집에서 비누와 물로 손을 씻지 못한다. 이질이나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은 세계 총 사망 건수의 5%가량을 차지한다. ‘물을 가진 자’와 ‘물을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증가하고 있는 불평등을 ‘21세기의 가장 큰 범죄 중 하나’라고 묘사하는 사람도 있다.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성 부족은 글로벌 규모로 벌어지는 사회적, 환경적 불평등의 핵심 표식이다.
 글로벌 북부에서는 대체로 모든 가구가 공공 수도망에 연결되어 있지만 글로벌 남부의 많은 도시에서는 상위 및 중상위 소득 가구만 공공 수도망에 연결되어 있으며, 수도망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조차 물 공급이 들쭉날쭉하기도 하고 수처리가 제대로 안 된 물이나 오염된 물이 나오기도 한다. 중위 및 하위 소득 가구는 이런저런 비공식적인 식수원에 의존한다. 여기에는 정수물 리필 점포, 물 트럭, 지역적으로 병입한 물을 파는 판매상 등이 있는데, 이렇게 비공식으로 공급되는 물 모두가 부유한 사람들이 수돗물에 내는 것보다 단위량당 비용이 훨씬 비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옥외 공동 수도, 개인적으로 판 우물, 처리되지 않은 지표수 등에 의존한다.
 기후 변화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담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뭄, 대수층 수위 저하, 과도한 추출의 악순환에서, 지하수 우물과 관정 전체의 많게는 5분의 1 정도까지도 “임박한 고갈에 직면했을 수 있으며” 대안적인 수원이 없거나 구매할 돈이 없는 “수십억 명이 담수 공급을 잃을지 모른다.” 2000년 이후만 보더라도 가뭄이 29% 증가했고, 대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1년 중 적어도 몇 개월을 물 부족(water-stress) 상태로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러한 인구가 세계 인구의 절반인 데서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p.40-41)

 

 민영화라는 용어는 시장 요소를 도입하는 다양한 형태를 두루 포괄한다. 영국처럼 민간에 자산을 아예 매각하는, 상대적으로 흔하지는 않은 방식부터, 장기 리스나 양허 계약(수도 시스템의 소유는 여전히 공공 소유로 남아 있지만 운영, 유지 관리, 때로는 인프라 투자도 민간이 담당하는 아웃소싱 계약), 또 공공 당국이 소유하되 ‘마치 민간기업인 것처럼 운영’하는 ‘기업화’까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기업화’에는 종종 요금을 올리고 미납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중지하는 것이 포함된다. 글로벌 남부에서 대대적인 사회적 저항을 불러일으킨 민영화 중에는 수십 년짜리 양허 계약(주창하는 사람들은 종종 ‘민-관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이라고 부른다)이 많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계약은 민간 운영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마진을 갖도록 보장하며 수도요금을 민간 운영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한다.
 민영화와 상품화가 얼마만큼이나 겹치는 개념인지는 물 연구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바커는 물이 갖는 생물리학적, 사회문화적 특징 때문에 “민간 소유와 시장 원리 도입이 꼭 상품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영화가 늘 수익성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즉 민영화는 진정한 상품화를 수반하지 않고도 이루어질 수 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민영화를 상품화의 부분집합으로 본다. 이 책에서는 물 민영화(water privatization)라는 용어를 공공 수도 시스템 혹은 공동체 관리 수도 시스템의 핵심 기능에 대한 운영을 민간에 양도하는 다양한 계약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 여기에는 양허와 장기 리스 같은 민-관 파트너십, 수도사업의 직접적인 매각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이 용어를 상품화(commodification)와 동의어로 쓰지는 않았다. 물 민영화는 더 폭넓은 개념인 물 상품화의 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화는 공공재나 공유재, 또 그 밖의 비(非)시장적 재화(혹은 자원 혹은 서비스)였던 것이 시장으로 들어와 상품으로 변모되는 것을 말한다. 때로는 상품화와 민영화가 겹치기도 하지만, 상품화는 민영화 없이도 일어날 수 있으며 병입생수의 독특한 특징이 이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한 물 정의 활동가들이 상품화와 민영화 사이의 경계에 대한 학계의 논쟁에 종종 관심을 덜 기울였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많은 물 정의 활동가들은 ‘water privatization’이라는 말을 물 시장화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사유화의 의미로 사용하며, 물 사유화가 인권 및 공공의 이익과 대척점에 있다고 본다. (p.44-45)

 

 재공영화가 되었더라도 이미 훼손된 상하수도 인프라 때문에 미국의 수도 시스템은 점점 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불충분한 투자와 재정 긴축의 결과다.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1977년과 2017년 사이에 실질 기준으로 77%나 급감했다) 많은 지역정부가 상하수도 시스템의 노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밀려 있는 유지 보수 비용이 1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도 비슷한 처지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긴축하에서(특히 대침체 이후 긴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정부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얼마나 많이 후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전히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수돗물은 식수로 쓰기에 충분히 안전하지만, 긴축 시기의 투자 감소는 몇몇 수돗물 오염 사태를 불러왔고 이는 병입생수 수요가 증가하는 데 한층 더 기여했다. (p.53)

 

 헝가리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는 역작 《거대한 전환》에서 ‘허구적 상품(fictitious commodities)’, 즉 노동, 토지, 화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허구적 상품들이 소위 ‘자기 조절적’이라고들 하는 시장경제의 파괴적 경향성에서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상품은 ‘시장에서의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것인데, 폴라니에 따르면 “노동은 삶 자체와 함께 가는 인간 활동의 또 다른 이름이지 판매를 위해 생산되는 무언가가 아니다.” 토지도 “자연의 또 다른 이름이지 인간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며,” 마지막으로 화폐도 “단지 구매력을 상징하는 것일 뿐 (…) 인간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중 어느 것도 ‘판매를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무언가가 아니며, 따라서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묘사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구다.”
 물론 현실에서 자연은 여러 형태로 상품화된다. 하지만 자연을 시장에서의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본래적 의미의 상품인 것처럼 다루면 끔찍한 사회적, 생태적 결과를 낳게 된다. 폴라니는 “시장 메커니즘이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유일한 지침으로 작동하게 두면 (…) 사회의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연은 그것의 요소들로 해체될 것이고, 이웃과 풍경은 더럽혀질 것이며, 강물은 오염될 것이고, 군사의 안전은 망가질 것이고, 식품과 천연자원을 생산하는 생산력은 파괴”되리라는 것이다. (p.57-58)

 

 더 최근에는 데이비드 하비가 이 이론을 한층 더 발전시켜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라는 유명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하비에 따르면, 강탈에 의한 축적은 자본가가 과잉 축적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과잉 축적은 “잉여 자본이 (…) 수익을 내어줄 통로가 마땅히 보이지 않아서 이용되지 못한 채 놀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1970년대 말 이래로 과잉 축적이 팽배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되살리려면 자본은 반드시 새로운 영역을 정복해야만 한다. 이때 “강탈에 의한 축적이 하는 일은 일군의 자산을 (…) 매우 낮은 비용으로(어떤 경우에는 제로 비용으로) 풀어 내놓는 것이다. 그러면 과잉 축적된 자본이 그러한 자산을 확보해 곧바로 수익성 있는 사용처로 돌릴 수 있다. 이 과정의 핵심이 바로 상품화다. 공동 소유나 공적 소유였던 재화, 자산, 서비스가 상품이 되어 시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하비는 민영화를 강탈에 의한 축적의 ‘최첨단’이라고 묘사했고,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 등이 “전 세계에서 수도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공공 유틸리티에 민영화를 강제한 것”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대판 인클로저는 상품화를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물리적 배제와 결합한다. 또한 하비는 강탈에 의한 축적에 저항하는 전 세계의 사회운동을 묘사하면서, 이 운동들이 공통적으로 ‘공유재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음을 짚어냈다. (p.59-60)

 

 파이프를 타고 흘러오는 수돗물과 달리 병입된 형태의 물은 몇 가지 구조적인 이점을 갖는다. 가벼운 플라스틱 포장과 극도의 이동성, 그리고 병입생수의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 정치경제적 전환 덕분에, 병입생수는 위에서 언급한 많은 제약을 벗어날 수 있었다. 용천수, 관정, 수돗물 등 취수원이 무엇이든 간에 병입생수는 수도 시스템을 운영할 때 직면하게 되는 자본 축적 시의 장애물 중 상당 부분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커가 비협조적인 상품이라고 묘사한 것과 달리, [병입된] 물은 훨씬 더 이동성 있고 수익성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이 주장을 더 깊이 전개해보자. 첫째, 수도 시스템에 비해 병입생수는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 형태의 고정 인프라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으며 수도 시스템 운영에 내재적으로 수반되는 종류의 의무가 없다. 수도 운영의 민간 양허 계약은 대체로 기업이 굵직한 자본 투자를 해서 수질 확보와 수처리 및 물 운송에 필요한 물리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엄격한 공중보건 기준과 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훈련하며 요금을 관리하고 그 밖에 기업의 수익 마진을 줄일 수 있거나 수익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돌발적인 요인들을 다루기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도시에 서로 경쟁하는 여러 파이프 네트워크와 여러 수처리 공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수도 시스템은 자연 독점을 형성한다. 수도 분야는 사업이 해당 지역에 고착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병입생수 업체는 지극히 제한적인 투자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치학자 조슈아 그린의 표현을 빌리면) “매력적인 위험-수익(risk-return) 프로필을 갖는, 자본의 가벼운 운영 양식”을 누릴 수 있다. 우선, 병입생수 업체는 원료인 물 자체를 공짜로, 혹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얻는다. 병입생수 업계를 분석한 한 시장 보고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생수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으며 날마다 더 낮아지고 있다.” 제임스 살츠먼도 “병입 장비 비용이 10만 달러 정도이므로, 딱 맞는 마케팅 각도만 발견할 수 있다면 진입이 쉬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도시 당국의 수도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 수돗물을 원수로 하는 병입생수 제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펩시의 아쿠아피나나 코카콜라의 다사니는 그들이 다른 음료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동일한 병입공장에서 제조되고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동일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된다. 또한 민간 사업자가 수도 시스템을 운영할 때 적용받는 것에 비해 병입생수 업체는 공중보건 규제와 환경 규제의 적용도 덜 받는다. 저널리스트인 라이언 펠튼은 “규제 측면에서 보면, 공공의 물을 대량으로 가져다가 병에 넣어 수익을 올리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허들이 거의 없고 부대 비용도 최소한으로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요인들 모두 수익을 높이고 위험을 줄인다. 이런 면에서, 도시 당국의 수돗물(대부분의 지역에서 수돗물은 한 세기 이상 공공 투자가 이뤄진 덕분에 자금이 조달되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인프라를 통해 처리되고 운반된다)을 병입해 생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품화의 특히나 극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p.64-65)

 

 병입생수의 높은 수익성은 물 부정의(water injustice)로 한층 더 높아진다. 코차밤바를 비롯해 글로벌 남부의 많은 도시에서 수도요금이 100%, 200%씩 폭등했을 때 대중의 봉기가 일어난 것과 별개로, 이들 국민 상당수(종종 가난한 사람들)가 파이프로 연결된 상수도망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지 못하거나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서 몇 배나 비싼 돈을 내고 병입생수나 포장생수를 구매하고 있다. 20억 명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 영역의 실패(이는 부채와 긴축으로 한층 더 악화된다)는 포장생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토대가 되고, 다시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한층 더 악화한다. 물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이든 시장이 요구하는 가격을 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포장생수가 유일하게 안전한 식수라면 거기에 지출하는 비용은 (그리고 그로부터 업체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실제로 상당히 높을 수 있다.
 도시민 전체에게 제공해야 하는 수돗물과 달리 병입생수는 자본 축적에 이상적인 상품이다. 물의 지역성을 극복할 수 있고 매몰 비용이 낮으며 투자 필요성도 작고 이동성과 수익성은 더 높기 때문이다. 물의 이 두 유형 사이의 차이는, 병입생수 산업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민간 수도사업은 글로벌 북부와 남부 모두에서 소극적인 투자, 계약 취소, 재공영화 등으로 느리고 불균등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양자의 성장세 차이를 보건대, 10년이나 20년 안에 글로벌 병입생수 산업이 민간 수도 산업의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병입생수가 더 완벽하고 더 성공적인 상품인 것이다. (p.66-67)

 

 병입생수의 역사는 로마 제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하다. 유럽에서는 순례자들 사이에서, 나중에는 부자들 사이에서, 의료용이나 영적인 용도로 천연 샘에서 ‘물을 가져와’ 사용하는 전통이 발달했는데, 때로는 물을 병에 담아 사용했고 판매도 했다. 이렇게 판매된 병입생수 중 하나가 프랑스의 ‘페리에’다. 페리에는 1863년에 우호교역 지위를 획득해 유리한 관세로 잉글랜드에 들어왔고 나중에는 대영제국 전역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19세기 동안 병입생수는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도시의 물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도시의 밀집된 환경과 빈약한 위생 때문에 강과 우물이 오염되어서, 당시에는 물을 마시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1900년이면 병입업체 수가 급증해 있었고, 이들은 농촌의 샘과 우물에서 취수한 물을 다양한 크기의 유리병에 담아 판매했다. 수문학자 프랜시스 차펠에 따르면, 그 시기에 “물을 병에 담아 파는 것은 매우 최신의 산업”이었다. 하지만 “곧 미국 도시들에 염소 처리한 수돗물이 도입되면서 [업계에] 재앙이 닥쳤다. (…) 1941년에 미국의 5372개 수처리 시스템 중 4590개가 염소 살균을 했다. 한두 해 만에, 애초에 병입생수가 필요했던 중요한 이유가 (…) 사라졌고 (…) 미국에서 병입생수 산업은 거의 죽음을 맞았다.”
 20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병입생수는 중요성을 잃고 사라져갔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특정한 천연 용천과 연결된 몇몇 소규모 기업의 영역으로 쪼그라들었다. 즉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병입생수는 공공 수도를 통해 식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없거나 오염되었을 때 흥했다가 공공 수도 시스템이 안전하고 믿을 만해지면 불필요해졌다. 차펠은 “자동차에 달려 있던 긴 안테나처럼, 병입생수는 문명의 용맹한 발전에 의해 불필요한 상품이 되었다”고 말했다. (p.72-73)

 

 거대 음료업체들은 유통망과 병입시설만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싸고 풍부한 원재료도 이미 확보하고 있었으니, 바로 다른 음료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었던 재정수한 수돗물이었다. 이는 천연 용천수나 관정으로 퍼 올린 지하수를 병입해 팔던 경쟁사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장점이었다. 한 가지 문제는, 다사니나 아쿠아피나의 소비자 대부분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었다. 천연 샘물을 담은 생수 한 병에 1-2달러를 내는 것과 집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과 다를 바 없는 물을 담은 생수 한 병에 1-2달러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광물질이 함유된 미네랄워터[광천수]의 독특한 맛이 물맛의 핵심 요소로 여겨지는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병입생수가 용천수나 지하수를 원수로 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재정수한 수돗물을 병입해 판매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04년에 기업 감시 및 소비자 보호단체인 국제기업감시단(Corporate Accountability International)의 압박으로 펩시와 코카콜라는 아쿠아피나와 다사니가 (재정수하고 미네랄을 첨가하긴 했지만) 수돗물을 병입한 제품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펩시는 2007년에 ‘공공 수원’에서 취수했음을 라벨에 밝히겠다고 했고, 네슬레도 퓨어라이프 라벨에 그렇게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완강하게 버텼다. 코카콜라 대변인은 “우리는 소비자가 다사니 생수의 원천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사니의 라벨은 명확하게 이것이 정제수라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병입한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일시적으로 여론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다사니, 아쿠아피나, 퓨어라이프의 매출은 계속 급등했다. 음료마케팅협회는 “병입생수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은, 대부분의(물론 다는 아니지만) 병입생수 소비자는 용천수를 병입한 물과 수돗물을 재처리해 병입한 물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컨슈머 리포트의 브라이언 론홀름은 “본질적으로 이들 병입업체는 이중으로 이득을 뜯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세자의 보조로 운영되는 저비용의 [수돗]물을 원료로 가져와서는 상당한 마진을 붙여 대중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미국의 생수 중 수돗물 병입 제품의 비중이 2000년에는 약 3분의 1이었던 데서 2017년에는 거의 3분의 2가 되었다. (p.75-77)

 

 병입생수 소비의 확산을 [인위적으로] ‘제조된 필요(manufactured need)’의 사례라고 간단히 치부하기는 쉽다. 하지만 병입생수의 성장은 정치적·사회적 변화, 기회주의적 마케팅, 문화적 다이내믹 사이의 더 복잡한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논평가인 제프 스패로는 이렇게 언급했다. “물론 기업들이 오랫동안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해서 수돗물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바꾸었다. 하지만 (…) 그 마케팅은 자기표현을 향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었다.” ‘개인의 선택’을 지향하는 이 열망은 정확히 신자유주의가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보호적인 복지 제도를 해체하는 정책을 대중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매우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사용해온 바로 그 욕망이다.
 나아가 업계의 브랜딩은 생수를 공공 수돗물과 대비되는 자리에 위치시켰다. 문화연구자 게이 호킨스는 “업계의 브랜딩은 수돗물이 더 열등하게 보이게 하거나 수돗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안전한지, ‘순수’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암묵적으로 수돗물의 기반을 훼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p.83)

 

 스패로는 이러한 변화로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무료 음수대를 찾기가 어려워질수록 병입생수가 더 많이 사용되고, 이는 당국이 음수대를 설치하고 관리하게 만들 압력을 줄인다. 그러다 결국에는 건물이나 시설에서 [공짜 수돗물이 아니라] 거의 의무적으로 생수를 사 마셔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이에 더해, 음수대가 비위생적이고 불결하다고 여겨지고 병입생수가 건강과 활력을 상징하게 되는 이데올로기적 전환도 발생한다.”
 공공 음수대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현 상황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저널리스트 켄드라 피에르-루이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근현대 최초의 무료 공공 음수대는 1859년에 런던에서 선을 보였다. (…) 가난한 사람들은 템스강 강물을 병입한 물을 마셨는데, 템스강은 하수로 인해 오염이 심했다. 콜레라와 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병이 만연했다. (…) 1879년이면 런던에는 800개의 음수대가 있었고 미국 도시들도 뒤를 따랐다. (…) 1920년이면 대부분의 도시가 염소 처리한 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공중보건상의 이득은 명백했다.” 공공 음수대는 도시의 수도망에서 진정으로 대중이 함께 ‘공유’하는 지점을 나타낸다. 집의 수도꼭지는 공공 수도망에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개별화되어 있다. 또한 음수대는 공중보건을 지키려는 사회적 실천과 의지를 상징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공 자원의 실종은 얼핏 생각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식수를 개인화된 원천에서 조달해야 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우리에게 있었던 것을 집합적인 기억에서 지워버림으로써 우리가 대안적인 비전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p.86-87)

 

 저투자, 낮은 수질, 불안정한 공급의 퍼펙트 스톰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널리 퍼트렸다. 그린에 따르면, 수돗물 불신이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서 (…) 심지어 수도 당국이 수도 시스템을 개선한 뒤에도 종종 소비자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믿지 못한다.” 이 지점을 병입생수 업계가 생수에 대한 신뢰를 촉진하는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파고들었다. 다논의 보나폰트와 레비테, 코카콜라의 시엘은 멕시코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생수 브랜드이고, 물론 대대적인 광고 공세가 있었다. 오늘날 멕시코시티 거주자 중 11%만이 어느 정도라도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일상적으로 포장생수를 소비하는 멕시코시티 가구는 90%로 추산되며(멕시코 전체 가구 중에서는 80%로 추산된다), 그중 3분의 2는 플라스틱 또는 유리로 된 25리터들이 리필 가능한 대용량 물통인 가라폰(garrafon)에 담긴 것을 구매한다.
 높은 포장생수 의존성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구들이 수돗물에 내는 돈의 몇 배나 되는 돈을 매달 생수 구매나 물 배달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 연구자 델리아 몬테로는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가난한 20%의 가구는 평균적으로 가구 소득의 15%를 포장생수에 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도요금을 더하면 이들은 총소득 중 25% 이상을 물 구매에 쓴다. 멕시코시티 가구 중 5분의 2는 가구 소득의 적어도 13%를 물에 쓴다. 수돗물의 불안정한 공급은 이러한 부정의를 더욱 악화한다. “수돗물이 부족해 씻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기타 가정 살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을 모두 병입생수에 의존하게 되면 비용이 매우 빠르게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치솟고 기존의 불평등이 재생산된다.” (p.94-95)

 

 포장생수와 병입생수는 글로벌 남부에 안전한 식수가 널리 보급되어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 해결책에 포함되기에 합당한가? 이 질문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식수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국제적 목표(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천명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와 관련한 논쟁에서 이슈가 되었다. 2017년에 한 유엔 기구가 처음으로 SDG-6.1(“모든 사람이 안전한 식수에 감당 가능한 가격대에서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의 달성도를 측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개선된 수원’에 병입생수를 포함했다. 이 변화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많은 국가가 자국에서 포장생수가 널리 사용되는 것을 SDG-6.1 달성이 진전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개선된 수원의 정의를 이렇게 바꾸더라도 국가별 SDG 진전 상황에 대한 통계 숫자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병입생수를 ‘개선된 수원’에 포함한 것이 많은 곳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한 측면을 인정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포장생수가 유일한 식수원이라는 현실 말이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 결정이 정부에 빠져나갈 길을 터주는 변화라고 지적한다. 그린은 “이 재분류는 멕시코가 공공 자금을 들여 수도 인프라를 개선·유지·확대하지 않고도 SDG-6.1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 변화가 “필수적인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서 국가의 역할을 없애고 [민간기업의] 수익성을 매우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정책결정자, 기업 행위자,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유엔 내부에서도, 멕시코에 대한 물 권리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병입생수에 의존하는 것은 필수적인 물에 대한 접근성과 구매 가능성을 훼손하므로, 멕시코가 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달성하는 방법이 분명코 아니”라고 지적했다. (p.96-97)

 

 업계 협회 대변인들은 더 세련된 표현으로 수돗물을 비하한다. 국제병입생수협회 대변인 스티븐 케이는 2001년에 “병입생수와 수돗물의 차이는 병입생수가 품질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수돗물보다 병입생수가 훨씬 느슨하게 규제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9년에 음료마케팅협회의 로드완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장소에서 수돗물이 설령 안전할지 모른다 해도 사람들은 병입생수를 더 선호할 수 있고 병입생수가 더 물맛이 좋다고 느낄 수 있다[강조는 내가 표시한 것이다].” 이 언명은 맛과 안전이라는 매우 상이한 요소를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다. 비슷하게, 2021년에 나온 한 산업 분석 보고서는 “생수를 더 안전한 선택지로 위치 지우는 것은 소비자가 계속 생수 시장에 관여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p.105)

 

 이유와 상관없이 북미와 그 밖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수돗물을 두려워하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은 신뢰의 반대다. 그런데 수돗물을 비하하는 업계의 캠페인은 왜 그토록 효과적이었을까? 저서 《안전을 구매하다(Shopping Our Way to Safety)》에서 앤드루 사스는 병입생수가 ‘역격리(inverted quarantine)’ 현상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인식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개인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정책 변화나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개인화된 상품 버블’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수돗물 공급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집합적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는 (…)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종류의 물을 개인적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사스는 역격리를 사회운동의 반(反)명제라고 본다. 사회운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집합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지만 역격리식 반응은 정책 변화에 대한 대중의 요구나 압박을 약화한다. “잘못된 안전 감각을 불러일으켜 개혁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약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소비 기반의 전략이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에 집합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시장적인 접근을 적용하려 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스에 따르면, 악순환이 발생한다. 사람들이 병입생수를 마시기로 하면 정부가 공공 수도 인프라를 잘 유지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압력이 줄게 된다. 그러면 수돗물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다시 이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시켜 병입생수를 통한 개인적인 해법으로의 이동을 한층 더 가속할 수 있다. (p.106-107)

 

 미국의 경우, 병입생수의 안전성 이야기는 수돗물에 적용되는 규제와 다른, 그리고 훨씬 약한 규제를 받는 업계에 대한 이야기다. 도시 당국의 수돗물은 식수안전법에 의거해 환경보호청의 규제를 받는다. 반면 병입생수는 식품으로 간주되어 식품의약국의 규제를 받는다. 양자의 규제는 천양지차다. 살츠먼은 그 차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수돗물은 날마다 수질 검사를 하는데, 오염 물질이 발견되면 수도 당국은 빠르게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공지해야 한다. 반면 병입생수에서 오염 물질이 발견되면 (…) 제조사들은 오염 물질을 제거하거나 저감해야 하지만 사람들에게 공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사한 의무사항이 없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 식품의약국 규제는 주간 통상이 이루어지는 제품에만 적용된다. 즉 주의 경계를 넘어 거래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병입생수의 60-70%는 주간 거래가 되지 않는다. 병입생수의 3분의 2, 어쩌면 그 이상이 사실상 연방 규제에서 면제되어 있는 셈이다[강조는 내가 표시한 것이다].” 대부분의 대도시 수도 당국은 수질을 하루에 한 번보다 훨씬 더 자주 검사한다. 일례로 워싱턴 D.C.는 수돗물 검사를 연간 3만 회 실시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병입생수에 오염 물질을 더 너그럽게 허용한다는 게 아니다. 로이트가 언급했듯이, “식품의약국이 병입생수에 허용하는 살균제 부산물, 농약, 중금속, 방사성 물질 등의 수치는 환경보호청이 수돗물에 허용하는 수치와 동일하다.” 문제는, “수도 당국은 연간보고서에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의무를 지는 반면 병입생수 업계는 수백만 달러를 써서 그런 의무를 없앴다는 사실이다. 막강한 로비로 오염 물질 정보가 라벨에 들어가지 않게 한 것이다.” 식품의약국이 병입공장에 실사를 나가긴 하지만 물 자체는 검사하지 않고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검사하도록 맡긴다. 컨슈머 리포트는 식품의약국의 병입공장 실사 횟수가 2008년과 2018년 사이에 3분의 1이나 줄었다며 “식품의약국은 오염이 발생하고서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믿을 수 없게도, 병입생수에서 오염이 발견되어도 “대부분의 경우 제조사는 병입을 중단하거나 대중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없다.” (p.117-118)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병입생수가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슈를 꼽으라면 수많은 환경적 악영향이며, 이 문제는 병입생수에 대한 대중의 반대에 불을 지피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병입생수가 끼친 환경 피해를 살펴보면, 첫째, 에너지 소비와 탄소발자국이 수돗물보다 훨씬 크다. 글릭과 헤더 쿨리의 연구에 따르면, 병입생수는 수돗물보다 단위량당 에너지를 1000-2000배나 많이 사용하며, 2007년 미국에서 연간 병입생수 생산과 소비에 소요된 에너지는 석유 3200만-5400만 배럴어치나 된다. 이는 미국 1차 에너지 소비량의 0.33%에 해당한다. 게다가 그 후로 미국의 병입생수 소비량은 90%나 더 증가했다. 더 최근의 또 다른 연구는 병입생수가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악영향이 수돗물의 1400-3500배라고 추산했다.
 병입생수는 병에 담기는 물 외에도 플라스틱병 제조, 세척 등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물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병입생수의 물 발자국 추산치는 연구마다 편차가 크다. 국제병입생수협회가 의뢰한 한 연구는 판매되는 물 1갤런당 제조 단계에서 1.4갤런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이트는 “제조와 병입 과정에서 그 병에 담기는 물의 2배 이상의 물이 사용되며 수돗물 정수에 삼투압을 사용하는 공장은 가게의 매대에 올라가는 물 1갤런마다 (…) 3-9갤런의 물을 소모한다”고 지적했다.
 수원이 용천수나 지하수일 경우에는 물 추출 자체가 지역의 대수층, 샘물과 강물, 생태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용 관정, 기타 인근의 물 사용처에 영향을 미친다. 병입용으로 추출되는 물의 양은 전체 지하수 사용량 대비로 보면 미미할 수 있지만(업계는 비판적인 환경주의자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이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물 추출은 대수층 고갈, 관개용수와 생활용수 소실, 식수 오염 등 해당 수계와 지역에 막대하고 심지어는 되돌릴 수 없는 수문학적, 생태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p.130-131)

 

 실증 근거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분명히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쓰나미에 직면해 있다. [2017년]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제까지 생산된 총 플라스틱(83억 톤)의 무려 절반이 불과 지난 13년 사이에 제조되었다. [2015년까지 생산된 총 플라스틱 중 약 63억 톤이 버려졌고] 이 중 재활용된 것은 9%에 불과하며 12%는 소각되었고 나머지는 매립장으로 가거나 길바닥, 강, 호수, 대양에 버려졌다. 대략 11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해양으로 방출되는데, 여기에는 210억-340억 개로 추산되는 음료수병도 있다.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와 그것이 부서져서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지구의 가장 외진 곳까지 흘러간다. 전체 바닷새 종의 절반 이상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고 바다거북 종 전체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아열대 해양에 있는 5개의 거대한 해류는 해양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몇몇 커다란 ‘쓰레기 지대’로 몰아넣는데, 큰 플라스틱 물체와 미세 플라스틱이 혼합되어 있는 해양 지역을 일컫는다. 종종 인용되는 추산치에 따르면, 2050년이면 무게 기준으로 해양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예측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이 플라스틱병이다. 한 보고서는 플라스틱병과 뚜껑이 해양 쓰레기 중 제1품목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논문은 플라스틱병과 뚜껑이 해양 쓰레기 전체 중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p.132)

 

 한발 더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모든 플라스틱 생산이 불가피하게 화석연료 산업과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기후 변화와 관련 있다고 본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각은 이미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전체 중 4.5%를 차지한다. 저널리스트 조 카펜터의 2019년 기사에 따르면, 현재 플라스틱 생산 역량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데, [석유기업이] 석유 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 위험을 헤징(hedging)하기 위해서다. 카펜터는 플라스틱은 “점점 더 거대 석유기업의 주요 이윤 원천이 되고 있으며 기후 변화에 직면한 와중에도 석유를 더 많이 시추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만도 2010년 이래 333개의 새로운 석유화학 시설을 짓는 데 20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다.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은 2030년이면 2배가 될 것으로 보이고 2050년이면 4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면 화석연료 전체 중 5분의 1이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남아 있는 글로벌 탄소 예산 전체의 10-13%를” 써버릴 수 있다.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매우 완곡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병입생수 업계는 기후 위기를 시장 기회로 여긴다. 2022년의 한 시장 분석 보고서는 이렇게 언급했다. “극단적인 기후 사건의 빈도와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프레퍼(prepper)’ 마인드를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따라서 더 많은 소비자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포장생수를 쟁여두려 할 것이다. 이것은 일반 병입생수 및 대용량 통입생수 제품 범주에 득이 된다.” (p.135-136)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플린트 주민에게 대용량 물탱크를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위기 동안 병입생수가 사실상 유일한 식수 공급 방식이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플린트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그렇다. 게다가 플린트 사람들이 생수 상자를 날라다 집에 쌓아두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TV,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수돗물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병입생수가 당연한, 혹은 용인 가능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강화되었다. 병입생수 업계로서는 이보다 더 가치 있는 홍보가 없었을 것이다. (p.162-163)

 

 플린트 위기를 다룬 저술 다수가 플린트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플린트는 북미에서, 또 그 밖의 지역에서 낙후한 인프라와 안전하지 못한 수돗물이 불평등하게 분포되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더 폭넓은 동학의 징후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향후 20년간 필요한 상하수 시스템 수리와 유지 보수 비용은 많게는 3.2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구두쇠인 연방정부는 이것을 주정부와 도시 당국에 넘겼고, 주정부와 도시정부가 그들의 예산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종종 필요한 [인프라]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낙후화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에 불을 땐다. 라이언 펠튼은 이렇게 언급했다. “몇몇 장소에서는 수도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랐다. (…) 투자 부족이 만연해 있다. 디트로이트 공립학교는 지난해에 수돗물에서 높은 수치의 구리와 납이 검출되어 전체적으로 급수를 중지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마을은 2002년 이래 끓인 물 사용 권고가 내려진 상태다. (…) 미국인 중 34%(1억 1000만 명)가 안전 우려 때문에 집에서 수돗물 사용을 자주 피한다고 답했다. (…) 6분의 1가량은 집에서 수돗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p.178-179)

 

 플린트와 디트로이트 모두에서, 선출되지 않은 비상재정관리관이 내려와 플린트강으로 수원을 변경하고 공공 자산을 민영화하는 등 명시적으로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지역의 민주주의를 덮어버렸다. 이는 지리학자 제이미 펙이 ‘긴축 도시주의(austerity urbanism)’라고 부른 과정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펙은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도구였던 긴축이 어떻게 대침체 이후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두드러지게 전면에 등장했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긴축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주정부가 도시정부에, 도시정부가 저소득층 동네에 하는 일”이며 “거시경제 운영을 잘못한 비용, 금융 투기의 비용, 기업이 취하는 부당 이득의 비용을 재산, 권한,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수단”이다. 이 무시무시한 조치들은 “엄격한 재정 준칙을 부과하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예산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된다. (p.184)

 

 물의 상품화에 대해 가장 소리 높여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진정한 재난이나 비상사태 때에는 병입생수가 모종의 합당한 역할을 한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글릭은 병입생수가 “재난 상황에서 다른 안전한 대안이 없을 때 단기적 해법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언명은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온다. 우선, 무엇이 진정한 재난인가? 플린트에서처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납과 박테리아 중독, 선출되지 않은 행정관이 저소득층과 흑인 인구가 많은 도시에 강제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 일어난 사건도 진정한 재난에 해당하는가? 여기에 ‘비상사태’나 ‘재난’ 같은 말이 애초에 적합한가? 아니면 ‘범죄’와 ‘인권 침해’라는 말을 써야 하는가? 허리케인 마트리나 같은 ‘자연’ 재해(와 대응)도 뿌리 깊이 존재해온 인종적, 계급적 불평등이 켜켜이 쌓인 위에 닥친 것이었음을 생각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외부에서 강제된 긴축 정책에 의해 도시 주민 전체를 독성 물질에 노출시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지연과 은폐로 그 기간을 한층 더 늘리기까지 한 식수 재난 사건에서 병입생수 제공이 정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해법인가?
 둘째, 마찬가지로 중요한 점인데, 재난 상황이 끝나는 시점이 언제인지도 질문해야 한다. 정확히 언제 [당장의 긴급 구호와 피해 대응이 아니라] 피해를 일으킨 기저의 원인을 고쳐야 할 시점이 시작되는가? 미루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도덕적 한계선은 어디인가? 병입생수의 존재가 손상된 수도 인프라를 제대로 고치게 할 정치적 추동력에서 김을 빼고 당국자들이 ‘비상사태’를 무한히 연장할 수 있게 한다면,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2018년에 한 동영상에서 메이즈는 “플린트에 안전한 선택지나 백업 수단으로 일회용 반창고의 물 버전이나 다름없는 병입생수가 없었더라면 수도관은 진즉에 고쳐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하게, 정치학자 라울 파체코 베가도 재난이 닥친 공동체에 기부된 병입생수의 존재는 “궁극적으로, 공공 정책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 당장의 완화 조치가 아니라 영구적인 해법으로서 병입생수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따라서 “당국자들이 모든 시민에게 물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지 않게 되어 정부가 의무를 방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점은, 병입생수가 즉각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당국이 공공 수도 인프라를 고치고 유지하는 일의 긴급성을 인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드루샤는 이 같은 정치적 압력의 약화가 특히 연방정부 수준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자금이 어느 정도라도 유의미한 규모로 증액되려면 연방정부에서 돈이 나와야 할 텐데도 말이다. (p.190-191)

 

 하지만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이 어디에도 없다면 병입생수 판매 금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유한 나라에도 자금이 줄고 방치되어 공공 식수 인프라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곳들이 있다. 영국의 공공 식수 접근성에 대한 《가디언》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인구가 280만 명인 광역 맨체스터 지역 전체의 공공장소에 작동 중인 음수대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니콜라 데이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머지사이드 전역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곳의 다섯 구 모두 작동하는 음수대가 하나도 없다고 답했고 사우스요크셔 셰필드의 공보관은 모든 음수대가 한두 해 전에 건강 위험 우려와 손상으로 철거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병입생수 금지는 반드시 듀엣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병입생수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정책과 함께, 혹은 종종 그에 앞서, 공공장소에서의 수돗물 접근성을 향상하거나 복원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수돗물을 마시는 잃어버린 문화적 습관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p.223)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혁신적인 점이라면 공급 쪽, 즉 수돗물 접근성을 확대한 부분일 것이다. 수돗물 음용 조례는 도시 당국의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데, 이는 수돗물 접근성을 경제, 환경, 공중보건 모두의 이슈로 바라보는 폭넓은 관점을 반영한다. 2021년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공공유틸리티위원회는 공공장소에 173개의 수돗물 음용 스테이션(물을 채울 수 있는 음수대)을 설치했고(공항에 설치된 것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도시 내의 거의 모든 공립학교에도 설치했으며, 그 밖에도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당국은 수돗물의 질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공공유틸리티위원회 과장 존 스카풀라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돗물 음용 스테이션을 새로 설치할 때마다 (…) 우리는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엄격하게 검사합니다. (…) 모두에게 ‘넵, 이 물은 수질 검사를 통과했어요. 전적으로 안전하고 물맛 좋은 수돗물을 완전히 공짜로 드셔도 됩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공공유틸리티위원회는 또한 도시 수돗물의 수질을 대중교통 및 여타 공공장소에 게시하는 광고로도 알리고 있다.
 리필 스테이션 설치부터 수돗물 홍보에 이르는 이 모든 노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청량음료와 가당음료에 온스당 1센트씩 부과되는 세금(penny-per-ounce tax)으로 충당된다. 이 세금은 2016년에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찬성해 통과되었다. (p.228)

 

 수돗물을 병입하는 공장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종종 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고 통상적인 대형 물류창고 같아 보인다. 병입회사는 계량기가 돌아가는 도시의 수도 시스템에 공장을 연결해 그 수돗물을 재정수하고 자사가 특허를 가진 미네랄 혼합물을 첨가한 뒤 플라스틱병에 담아 트럭에 싣고 유통매장으로 간다. 이 상품은 제조비용이 싸다. 병입업체들은 대개 상업용 수도요금을 내고, 때로는 할인도 받는다. 허가 승인이나 입지 등을 둘러싼 번거롭고 힘든 과정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으므로, 샘물 추출안을 내놓았을 경우라면 발생했을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2014년부터 [수돗물을 병입하는] 새크라멘토 공장에 대해 사람들의 저항이 분출한 것은 굉장한 일이다. (p.262-263)

 

 더 중요하게, 로컬물연대와 주민발의 운동은 문화 전쟁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은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람이 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을 상품으로 보는 것만이 이슈라는 주장이나 ‘이 끔찍한 플라스틱 쓰레기’ 운운하는 주장에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 그래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핵심적인 합의가 가능한 곳에 집중했습니다. 그 합의된 이해는 물이, 물의 존재가, 지역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수억 갤런이 그냥 빠져나가 버리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프레이밍 전략, 메시지 구성 전략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로컬물연대는 메시지를 구성할 때 유권자 구성을 잘 읽어냈고 타이밍을 잘 포착했다. 여러 해 동안의 심각한 가뭄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유권자 개개인이 믿는 바가 무엇이었든 간에 기후 변화가 극적으로 드러낸 현재와 미래의 물 부족 가능성을 모두가 볼 수 있었고, 이것이 물 병입 반대에 대한 지지를 증폭했다. 농업이 경제 기반인 카운티에서 가치 있는 과수를 한 시즌이라도 관개가 되지 않은 채로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주민발의 운동이 업체의 지하수 추출을 [물이 경내 밖으로 영구히 빠져나가는] ‘수출’로 이야기한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불필요한’ 상품을 위해 병입을 하느라 ‘중요한’ 사용처(농업, 지역의 소상공인 사업체, 가정)에 물이 희소해지게 생겼으므로 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주민발의 운동은 지역민이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을 활용해 풍성한 지지의 샘물을 건드릴 수 있었다. (p.338-339)

 

 알고 보니 네슬레는 힐스버그 마을에 있는 자매 관정에서도 110만 리터를 추출할 수 있는 허가를 가지고 있었고, 이 물도 50킬로미터 떨어진 애버포일로 실어 와서 병입했다. (…)
 웰링턴 카운티에 있는 두 장소에서 추출하는 물은 하루 총 470만 리터로, 온타리오주 전체에서 병입용으로 추출이 허락된 지하수 하루 760만 리터의 약 3분의 2 정도다. 처음에 네슬레는 이 물에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허가를 받을 때 일회성으로 3000[캐나다]달러를 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2009년에 온타리오주가 100만 리터당 3.71달러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갤런당 0.000014달러이고 하루에 가져갈 수 있게 허용된 물의 총량으로 따지면 17달러다. 공공의 소유인 지하수에 거의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업체에 막대한 공적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격이다. (p.352-353)

 

 ‘물 희소성’의 의미는 자명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매우 논쟁적인 개념이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계의 정의도 없다. 물 희소성이라는 용어는 많은 저자와 기관이 “영구적이거나 일시적으로, 자연적이거나 인간이 일으킨 현상을 모두 아울러 낮은 수준의 물 가용성을 언급할 때” 쓰이는데, 여기에는 모호한 점이 많다. 공공 정책 논쟁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 희소성 프레임은 불평등과 권력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고 순전히 양적인 측정에만 우선순위를 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 비판적인 사회과학 관점은, 물 희소성이 물리적인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활동가이자 학자인 K. J. 조이와 공저자들은 물 희소성이 “종종 분배나 사회적 권력 관계의 문제보다는 자연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그것은 또한 “언제나 인간에 의해 매개되고 권력 관계에 의해 중층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리학자이자 정치생태학자인 알렉스 로프터스는 “물의 분배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정치적인 차원과 연결시켜야 한다”며 이는 “물과 사회적 권력이 서로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해의 한 버전은 “물은 돈을 향해 위로도 흐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향해서도 그렇다. 다른 말로, “충분한 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는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충분한 물인가”와 “누가 그 물에 접근할 수 있는가”라는 딸림 질문을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한다. (p.372-373)

 

 운동이 과학적 정보와 관료제적 행정 절차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물 보호단체는 전략 전술뿐 아니라 전반적인 변화의 비전과 관련해서도 큰 질문에 봉착했다. 네슬레의 물 추출 허가 신청에 맞서면서 WWW와 세이브아워워터는 주정부의 관료제적 절차에 거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고,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물 추출이 지역의 대수층과 도시의 물 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술적, 전문적 주장에 기반한 프레임에서 공식 입장을 구성해야 했다. 세이브아워워터의 몇몇 사람은 지역 공직자를 교육할 수도 있을 정도로 수문학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적, 전문적 영역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물 보호단체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기도 했다. WWW의 슬로콤은 WWW가 네슬레의 애버포일 관정 물 추출 때문에 지역의 대수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기술적, 전문적 수준에서 허가 절차에 대응하는 데 정말 좋은 실증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엘로라에서 배운, 그리고 계속해서 배우고 있는 큰 교훈 하나는 사람들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믿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한때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정보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리라고 말이에요. (…) 물론 그건 좋아요.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도덕과 가치의 영역입니다. 집집마다 방문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2분밖에 없는데 그 시간에 숫자와 데이터를 들먹인다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p.394-395)

 

 플로리다주부터 브리티시컬럼비아주까지, 캘리포니아주부터 온타리오주까지, 네슬레가 10년, 20년 동안 병입생수 문제의 얼굴이었던 지역 공동체에서(네슬레는 반복적으로 저항의 타깃이었고 계속해서 언론에 등장했으며 소송도 많이 걸렸다), 그 맹렬한 싸움의 대상이었던 물의 원천이 갑자기 이름도 모르는 기업에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네슬레 이후의 세계가 지역의 풀뿌리 물 운동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매우 유명하고 크게 비난받던 타깃으로서 네슬레가 존재하지 않게 된 상황이 병입용 물 추출을 둘러싼 투쟁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슬로콤은 이렇게 말했다. “명백히 큰 영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네슬레를 싫어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왔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항해를 하던 중에 바람이 빠져버린 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그들의 매우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추구한 바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오히니도 트러블드워터스 연대에 속한 지역단체의 입장에서 “이것은 사소한 변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파트너 단체들과 대화를 해보면 잘 알 수 있어요. (…) 지역 활동가, 기자, 선출직 공직자 등 사람들은 네슬레를 알고 네슬레의 이름을 알고 네슬레라는 회사를 압니다. (…) 하지만 블루트라이튼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연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것이 극복 불가능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둘은 같은 회사니까요. 같은 사람들입니다. 가장 윗선만 다를 뿐이지요.” (p.416-417)

 

 꽤 최근에 등장한 상품인 병입생수와 훨씬 오래된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 공적으로 제공되는) 재화인 수돗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 마실 물을 제공하는 이 두 가지 양식의 운명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을 마시는 방식으로서 포장생수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선호하는 태도가 확산될수록 모든 사람에게 식수를 공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한 세기에 걸쳐 실행되었던 각 국가의 프로젝트에도, 안전한 식수를 인권으로서 보장한다는 글로벌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도, 우려스러운 함의가 커진다. 병입생수의 성장은 수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 축소의 결과이자 동시에 투자 축소를 촉진하는 원인이기 때문에, 이 상품은 공공 수도망을 통한 물 공급에 특수한 위험을 제기한다. 다른 모든 음료와 달리, 포장생수는 전 세계적으로 물의 사유화와 인클로저를 더욱 심화시킨다. 같은 물질(물)을 적게 담아 훨씬 높은 가격으로, 그리고 훨씬 큰 환경적 악영향을 끼치면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양질의 식수를 공적으로 제공하려는 정치적 의지도 약화시킨다. (p.461-462)

 

 사회적 표준과 규범을 재구성하기에 식당보다도 더 중요한 장소는 학교일 것이다. 미국 등 많은 나라의 공립학교에서 설탕이 많이 든 청량음료를 퇴출시키는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고 나서 음료업계의 수익, 그리고 어린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려는 노력은 학교 자판기에 청량음료 대신 병입생수를 넣음으로써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또 납관으로 인한 물 오염과 재정 긴축으로 발생한 수돗물 공급 문제의 대안으로 병입생수가 물 공급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도시들에서는 매년 학생들에게 병입생수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예산을 (그리고 세금을) 쓴다. 그러는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 음수대는 녹이 슬고 있다. 학교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플라스틱에 든 일회용 물을 제공하는 것은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이들에게 마실 물이란 ‘병에 담긴 형태’를 하고 있다고 가르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수돗물이 마시기에 안전하거나 납관을 교체하고 납 제거 필터를 설치하면 안전해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이 싸움의 논리적인 다음 단계는 모든 학교에 안전한 공공 수돗물 공급을 재개하고 학교에서 병입생수를 없애는 것이다. 정부가 학교 자금을 식수 인프라 개선에 우선 배분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가족이 이 요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낡은 건물의 파이프를 수리하는 것에 더해, 새 건물은 무료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로는 지어지지 말아야 한다. 건축법을 개정해 모든 새 건물과 기존 건물에 충분한 음수대와 리필 코너를 두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장, 공항, 기차역, 도서관, 학교, 대학뿐 아니라 사무실, 가게, 아파트 건물에도 말이다. 무료로 식수에 접근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우리의 건물과 시설에 병입생수 의존성을 뿌리 깊이 심어놓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되돌리기에는 너무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p.466-467)

 

 연방 지출에 의존하지 않는 자금 조달 방법도 있다. 주정부와 지역정부는 공공 수도 시스템을 복원하고 일회용 생수의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며 그것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병입 및 포장생수에 과세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명료한 사례는 병입생수에 5센트의 세금을 물리는 시카고다. 2008년에 도입되고 첫 5년 동안 걷힌 세수가 3600만 달러나 된다. 최근에 온라인 판매로까지 과세가 확대되었기 때문에 세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도시 당국보다 큰 규모를 보면, 2010년에 워싱턴주가 병입생수에 판매세를 ‘부과’했다(사실은 ‘부과’된 것이 아니라 그전까지 판매세에서 면제되던 혜택을 없앤 것이다). 이는 6개월 뒤에 다시 철회되었지만 그 사이에 병입생수 매출이 6% 이상 떨어졌다. 지역정부나 주정부가 담배 및 설탕이 많이 든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해 이러한 제품이 건강에 일으키는 유해성을 줄이는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듯이, 병입생수에 부과된 세금으로 걷힌 세수도 학교나 공원의 음수대, 리필 코너 등 식수 인프라를 확대하고 수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지역정부가 수십억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지출하는 폐기물 관리비용을 보전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널리스트 로라 블리스는 “병입생수에 과세해서 그 돈을 수도 시스템 개선과 전국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 사용처가 무엇이든 원칙은 명료하다.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에 세금을 물려서 그 돈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자금을 대는 것이다. (p.469-470)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규제의 틀이 주마다 차이가 크다. 많은 경우 병입업체가 무료로, 혹은 거의 무료로 물을 추출할 수 있고, 기존에 추출 허가가 나 있는 관정이나 용천이 거의 검토나 감시 없이 농업용이나 소상공인용으로부터 대규모 상업적 병입용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새로운 추출 허가는 대수층, 수생 생태계, 인근 어획 자원, 인근 주민의 생활용수나 농업용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승인된다. 새로운 관정을 설치하는 것이든 기존의 관정에서 추출량을 늘리는 것이든 간에 기업이 제출하는 물 추출 계획은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허용 기간은 짧아야 하며(최대 3년이나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엄격한 모니터링 의무와 추출량 상한을 두어야 하고, 기간 만료 후에 갱신은 그 사이에 달라진 기후나 수문학적 조건, 그리고 갱신 신청 기업의 법 준수 이력을 고려해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하수 추출을 규제할 때 물을 소모해 없애버리게 되는 상업적 물 추출(지역 수계에서 물을 고갈시키는 ‘물 채굴’)은 물을 지역 수계 안에서 다시 순환시키는 경우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규제 지역에서 포장생수의 대규모 수출이나 반출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들(예를 들어 오대호 협약이 보여준 [작은 용기에 담긴 물은 무제한 반출 가능하게 한] ‘병입생수 구멍’ 같은 것들)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상업용 지하수 병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가파른 로열티를 부과해 규제 및 행정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비용까지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미시간 물 보존을 위한 시민 연대의 페기 케이스는 2020년에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모델은 네슬레 같은 기업이 물을 추출하고 싶다면 로열티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 석유와 가스기업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로열티를 받아야 하고, 그 돈은 공공 신탁으로 들어가서 인프라와 평등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되어야 합니다.” (p.474-475)

 

 “비상시라 해도, 물탱크를 가져오면 됩니다. 이 회사들이 자사 브랜드 로고가 찍힌 트럭을 몰고 와서 생수 상자를 나눠주는 것을 보면 저는 끝도 없이 화가 납니다. 연방재난관리청에 물탱크가 없다고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하지만 현재로서 물탱크 인프라는 전혀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다. 전국 차원에서, 중앙정부는 재난 대응 계획에 대용량 물탱크와 물 보급 스테이션을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하고 공공 영역의 필수 역량인 식수 공급을 주정부와 지역정부가 잘 갖추도록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플라스틱 생수에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다면 대용량 물 공급용 물류와 장비는 진즉에 잘 갖추어졌을 것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안전한 대용량 물 공급원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일회용 병입생수가 맨 처음에 쓰는 수단이 아니라 맨 마지막에 쓰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p.478-479)

 

 물론 대규모 공공 식수 시스템을 확대하고 되살리는 프로젝트는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공공이나 국가의 식수 관리를 낭만화할 필요도 없다. 어느 경우에는 공공 또는 국가의 관리가 불충분한 투자, 역진적인 요금 구조, 일관성 없는 물 공급,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하지 않거나 부패한 경영, 수질 저하 등의 문제를 갖기도 한다. 지역 공동체(공공 당국이 아니라)의 물 공급이 잘 돌아가는 곳(대개 농촌 공동체이거나 공공 수도망이 들어가지 않는 동네에 많다)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견고하게 지켜져야 하고 지원되어야 한다. 또한 빗물 관개 등 더 탈중심적인 방식도 촉진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긴 하되, 전 세계의 도시 인구 대부분에게는 공공 당국에 의해 잘 관리되는 대규모 상수도 네트워크가 다수의 인구에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하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랜트는 “그래서 수도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비용 효과적으로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도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481-482)

 

 자본이 전 세계에서 (지역마다 편차는 있으되) 상당한 정도로 물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해왔지만, 진정한 물 정의를 달성할 수 있는 희망은 존재하며, 그 희망은 궁극적으로 국가, 지역 공동체, 시민사회, 사회운동의 손에 달려 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대체 불가능하다는 물의 고유한 속성은 포장생수의 세계적인 성장과 수도 운영에 대한 민간 부문의 장악력 확대에 반대하는 물 정의 운동이 그토록 강렬하고 활발하게 전개된 이유를 말해준다. 이러한 물 정의 운동은, 담수는 마땅히 공공재여야 하며 시장에 맡기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재화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공 수도의 민영화와 병입생수 형태의 물 상품화 둘 다를 되돌리고 막고 늦추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했으며, ‘허구적 상품’인 동시에 실질적 상품인 병입생수를 다소나마 [자본 축적에] 덜 완벽한 상품이 되게 만드는 집합적인 세력을 구성한다.
 끝으로, 내가 이 책의 서두에서 제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모든 사람이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자 사회계약의 핵심에 속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아닌가? 우리의 답이 ‘동의한다’라면, 식수에 접할 수 있는 권리는 결코 시장에서 실현될 수 없을 것이고 플라스틱병에 담긴 채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p.484-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