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연습하는 법 / 아투로 E. 허낸데즈 / 북트리거
댄이 세운 첫 계획은 하루 여섯 시간 연습으로 3년 반 안에 1만 시간을 채우는 것이었다. 힐, 에릭손, 자신의 코치와 대화를 나눈 후에는 이 계획을 수정했다. 에릭손의 이론이 연습의 양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릭손의 연구는 의식적 연습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이 의식적 연습은 매우 구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의식적 연습을 하려면 자신의 수행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습을 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에릭손은 연습 시간의 대부분이 낭비되는 것에 공공연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도가 약한 연습이 긴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신경을 꺼 버리고 기계적으로 연습 시간을 채우면 그 시간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강도가 너무 높아 지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의식적 연습에서는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에릭손은 스승, 코치, 멘토가 있을 때 의식적 연습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다행히 에릭손은 기꺼이 댄의 멘토가 되어 주겠다고 했다. 댄의 코치는 골프 연습의 구체적인 측면들의 지도를 맡았다. 계획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그 계획의 세부 사항을 실행에 옮길 차례였다.
3년 안에 1만 시간을 채우겠다는 자신의 처음 계획을 지키기 위해 댄은 매일 연습을 두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먼저 오전 연습을 두세 시간 정도 진행하고 정오에 멈춘다. 그리고 오후에도 두세 시간 동안 연습을 한다. 오전 연습 시간과 오후 연습 시간 사이에는 휴식 시간을 두었지만, 이따금 그 시간에 체육관을 찾거나 달리기를 추가로 하기도 했다.
연습을 두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렇게 하면 댄이 확실하게 의식적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습 시간 사이에 간격을 두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 이른바 구획 연습(spaced practice)과 분산 연습(distributed practice)이라는 학습 형태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나치게 길게 연습을 지속하는 것은 시간을 쪼개서 하는 연습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습 시간을 두 구간으로 나눔으로써 댄은 심리학자들이 응고화(consolidation)라고 부르는 학습의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p.45-46)
언어는 기본 소리를 가져다가 그것들을 조합해서 점점 더 큰 덩이를 만들어 낸다. 이런 소리들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줄글 형태와 연결된다. 당신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글을 읽을 수 있다. 너무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어서 문장을 쪼개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 문장에 이응이 몇 개인지 세는 일이 매우 성가신 작업이 된다. 기술된 문장에서 글자들은 단어 속으로 들어가서 사라지고, 단어들은 문장 속으로 들어가서 사라진다. 이상적으로는 단락들이 페이지 속으로 녹아들고 페이지들은 챕터들 속으로 녹아들며, 당신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책이 완성된다.
인폴딩의 특징은 우리 뇌의 해부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포 하나가 단독으로 화학 신호를 받아들이고 그 세포의 몸체를 따라 내려가는 전기 파동을 생성해 반대쪽으로 화학 신호를 내보낼 수 있지만, 이 일을 온전히 혼자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신경세포는 커다란 망에 속해 있다. 따라서 세포 하나하나와 그 세포들의 활동도 변환의 결과물이다. 점점 더 많은 뉴런이 상호작용하면서 점점 더 커지는 파동들은 점점 더 넓어지는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이 공식에 교세포를 더하면 신경 체계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또한 인폴딩이라는 관념은 특정 기술을 개발할 때에도 관여한다. 내게는 테니스 서브를 배우고 연습할 때 인폴딩이 특히 유용했다. 얼핏 보기에 테니스 서브는 간단한 스트로크 같다. 그러나 서브를 배우면 배울수록 사람들은 서브가 단 하나의 동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브는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의 집합이며, 그 프로그램들이 조합되고 재조합되면서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특히 복합적인 기술로 꼽히는 샷을 만들어 낸다. (p.75-76)
토마즈는 스트로크를 여러 부분으로 쪼개서 각 조각을 연습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코칭 의뢰를 받으면 항상 그 선수가 스스로의 스트로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얀델과 비슷하게 토마즈는 선수가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스트로크 교정 작업에는 그 스트로크의 매우 작은 부분들을 연습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새로운 조각들이 전체 스트로크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이것은 신체적 덩이짓기의 한 형태이며 스트로크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 토마즈의 훈련법은 에릭손이 자신의 연구에서 강조한 심적 표상과 의식적 연습이라는 관념을 토대로 하고 있다. (p.84-85)
새로운 운동 기술을 배울 때 우리 뇌는 두 가지 다른 회로를 만든다. 한 가지 회로는 실제로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낸다. 뉴런들이 함께 엮이면서 근육 운동 조합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신경세포를 돌보는 일을 돕는 교세포인 성상교세포(astrocytes)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성상교세포는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는 일도 돕는다.
이것이 왜 느린 연습이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기존 기술을 변환하려고 시도할 때 특히 더 그렇다. 두 경우 모두 우리 뇌는 새로운 신경 점화 패턴을 지원하기 위해 스스로 재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최대 속도로 연습할 때는 마치 기술이 이미 완성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여전히 배선 단계에 있다. 이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배선 연결이 효율적이지 않다. 바로 이때 매우 느리고 유연한 연습이 도움이 된다. 그런 연습은 회로가 빠르게 형성되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속도를 서서히 올릴 수 있다. 프로 선수 수준에서조차 느린 연습을 실행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테니스 경기 도중 칼에 찔리기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둔 테니스 천재 모니카 셀레스는 훈련 시간의 반을 코트 반쪽에서 매우 느린 공을 치는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골프 챔피언 벤 호건은 자신의 평소 골프 스윙과 거의 동일하되 매우 느린 속도로 스윙을 휘두르는 연습을 했다. 내 아들 니콜라스는 느슨하게 연습을 하기 위해 라켓을 엄지손가락과 다른 한 손가락만으로 들었다. 또한 시합 도중에도 자주 아주 느린 서브를 넣기도 했다.
그런 세밀한 움직임을 단 하나의 전체 동작에 통합시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어린아이는 강제로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이는 당연히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어른과 같은 게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은 빠르게 그런 회로를 마련하고 다른 것들로 넘어가려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시냅스와 시냅스를 배선하는 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테니스 서브와 같은 기술에는 시간이 많이 든다. 뇌의 전기화학 신호 파장이 해당 신체 부위들에 맞추어 배정되고 조율되어야 한다. 이 부위들이 발에서 시작해 몸통을 타고 위로 올라와서 가속하는 팔을 지나 손까지 이르는 파장을 생성한다. 그다음 마치 라켓이 손바닥의 연장선이 된 것처럼, 파장이 라켓의 손잡이를 통과해 자루를 타고 올라가 헤드로 이동한다. 근육과 신경이 뇌로부터 신호를 받고 그 신호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테니스 서브에는 단순한 신체 조정뿐 아니라 정신적인 조정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 뇌와 몸은 스스로 조율한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고서 이제 나는 마침내 이 복합적인 움직임을 하나의 전체 동작으로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내 서브가 훨씬 더 좋아진 뒤에도 서브는 늘 변한다. 나는 가끔 테니스 수업을 받으면서 작은 것 하나를 새로 배워서 서브에 더한다. 내 서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구성하고 재구성한다. 이 과정은 10년 전에 비하면 훨씬 더 미묘하지만 정지 상태는 아니다. (p.91-93)
바티의 테니스와 크리켓 경험이 다른 두 언어를 배우는 경험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연구자처럼 발전이라는 것을 오직 한 가지 차원에서만 바라보기 쉽다. 특정한 한 가지 기술의 수행 능력에만 집중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창발주의자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숙달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조각들을 함께 조립해야 할까? 그 조각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흔들어 대면서 재구성되는가? 진행을 단절시킴으로써 오히려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기적 존재로서 우리가 지닌 엄청난 유연성을 실제로는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 바티는 내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반드시 곧게 뻗어 있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 줬다. 때로는 방향을 틀어야 하고, 심지어 여러 번 에둘러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곳까지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간다. (p.212)
우리가 살펴본 일란성쌍둥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고작 세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룬 세 가지 이야기는 인간의 발달이란 환경과 개인이 함께 추는 댄스라는 점을 보여 준다.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 그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한지를 탐구하는 것이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하게 보일 수도 있다. 과학자로서 우리는 단 한 가지 요인만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공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 에릭손은 여기서 살펴본 쌍둥이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연습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어로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시간을 들여 한자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면 시간을 들여 직접 사진을 찍어 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찍을 수 있는지에 관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테니스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되고 싶으면 테니스 연습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두 사람이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점수에 도달하는 길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두 사람이 일란성쌍둥이라 해도 말이다.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거나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살짝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이토록 무궁무진한 유연성, 적응 능력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같은 결과물이라고 해도 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은 조각들의 조합이 이루어진다. 오히려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 조각들이 서로 뒤섞이고 녹아들면서 우리가 뭔가를 성취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숙달의 경지로 가는 우리의 길은 각자에게 고유한 것이고, 그런 조합의 결과물이 그 길의 본질이자 원동력이다. (p.253-254)
한 시점에 나는 토마즈에게 아직 손봐야 할 것이 넘치도록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내가 아이들이 도달했으면 하는 수준과 당시 아이들 수준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다. 더 중요하게는 평생 코칭을 한 사람과는 달리 내가 모든 답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토마즈는 나를 불쌍히 여겼음이 분명하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당신 가족 모두가 함께 나와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는 거예요. 당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오늘이 얼마나 좋은 날인지 보세요.” 그는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얼마나 즐거운지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마치 나만의 맞춤형 테야르 드샤르댕, 프랭클, 칙센트미하이처럼 말이다. 잠시 멈춰 서서 길가에 핀 꽃의 향기를 맡으라고 상기시켰다. 실제로도 우리가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오늘의 나는 그가 그날 내게 어떤 보강 훈련을 시켰는지, 내가 테니스의 어떤 작은 기계적 측면에 대해 배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기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에서 좋은 친구와의 만남, 내 세 아이와 함께 보낸 보물 같은 순간이 나왔다. 나는 토마즈의 통찰을 듣고 나서야 그런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순간의 아름다움만이 내 안에 새겨져 있다. (p.304-305)
인간으로서의 여정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 작은 것들을 혁신해서 더 큰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우리의 길이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임무는 마음을 담아 그 길을 끝까지 가는 법, 그 길에 흠뻑 빠져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 과업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는 일종의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그것은 칙센트미하이가 묘사했고 프랭클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의지했던 몰입 상태다. 테야르 드샤르댕의 오메가포인트, 즉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세계의 물리적 현실을 초월하고 ‘최고의 나’가 되는 그 순간과 같은 것이다. 달리기를 하든 음악 연주를 하든 체스를 두든 책을 읽든 작은 점을 발견하든, 몰입을 추구하라. 그런 다음 ‘숨이 가쁘도록’ 그 상태를 즐겨라. (p.314-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