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의 종말 / 데이비드 A. 케슬러 / 문예출판사
'감칠맛'은 특정한 음식이 사람들의 모든 감각을 어떻게 끌어들이는가로 주로 결정된다. 아주 맛있는 음식에는 대개 설탕과 지방과 소금이 함께 들어 있다. 맛있는 음식들의 감각 특징들(밀크셰이크의 시원한 크림 맛, 초콜릿 케이크의 향기, 허니 머스터드 딥핑 소스로 맛을 낸 바삭바삭한 닭날개의 식감) 모두가 식욕을 자극한다.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한 지 한참이 지나서도 계속 입 속에 음식을 집어넣게 만드는 것은 진짜 배고픔이라기보다는 자극, 혹은 그 자극에 대한 기대다. 잉글랜드 브리스틀 대학교의 생물심리학자 피터 로저스는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음식은 식욕을 자극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먹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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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지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드레브노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설탕의 맛에만 반응을 하는 것처럼, 설탕에서 느끼는 즐거움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고, 드레브노프스키는 이를 밝혀내려 노력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 설탕만이 아닌 지방과 설탕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방은 음식의 고유한 특징, 맛, 향기의 근원이며 음식의 감칠맛을 결정합니다."
나는 동기부여와 음식 섭취 가능성이 체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음식을 먹고 싶어 하며 얼마나 쉽게 그 음식을 획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단기간은 음식 섭취를 억제하고 몸무게를 줄여 새로운 세틀링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행동 패턴과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보상을 찾고, 체중이 늘고, 예전의 세틀링 포인트로 돌아간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다.
설탕 플러스 지방, 소금 플러스 지방, 설탕 플러스 지방 플러스 소금을 끊임없이 섭취하다 보면 세틀링 포인트는 올라간다. 몸이라는 용광로가 우리가 흡수하는 에너지와 보조를 맞출 정도로 충분한 연료를 태우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 마침내는 우리가 감각적 충동에 반응해 음식 섭취를 늘리는 능력에 도달할 때 상향식 곡선은 끝난다. 하지만 그때 우리의 체중은 전혀 다른 영역에 고정된다.
고당분, 고지방 음식이 욕구와 충동을 강하게 한다는 증거는 동물 실험의 두 가지 핵심적인 결과에서 알 수 있다. 첫째, 동물들은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먹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며 둘째, 장소를 비롯한 여러 단서들은 고당분, 고지방 음식과 연관될 때 그 영향력이 훨씬 커진다.
음식의 세 가지 특징 역시 더 많이 먹으려는 욕구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
첫째는 양이다. 한 덩이보다는 두 덩이의 음식을 줄 때 쥐는 더 많이 먹고, 사람도 한 스쿱보다는 두 스쿱의 아이스크림을 줄 때 더 많은 양을 먹는다. 양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둘째는 보상을 주는 재료의 농도다. 음식에 설탕이나 지방을 더 많이 첨가할수록 그 음식의 매력은 커진다(단, 한계점은 존재한다. 한계점을 초과하면 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앤서니 스클라파니가 슈퍼마켓 음식이 몸의 에너지 균형 체계를 망칠 수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만이 자극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데서 다양함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음식이 제공되는 환경에 여러 특징을 덧붙이기도 한다. 음식을 불이나 소리와 같은 외부 신호와 연관 짓거나,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칩을 얹는 것처럼 감각을 더하기도 한다. 음식을 다양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동적 대비(dynamic contrast)를 통해서다. 대조되는 맛이 결합된(쓴 초콜릿 과자와 달콤한 크림) 오레오 쿠키는 동적 대비를 갖는 음식의 전형적인 예다.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먹을 때 만들어지는 오피오이드는 자극을 주는 효과 말고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아기들이 설탕물을 먹으면 울음을 그치는 것을 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쥐 실험에서 쥐들이 오피오이드류의 약을 복용했을 때 고통을 덜 느끼고 마음대로 당분을 섭취할 수 있을 때 역시 고통을 훨씬 덜 느끼는 것도 볼 수 있다.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오피오이드 회로가 활성화되고, 이 회로가 활성화되면 맛있는 음식 섭취를 늘리는 식으로 순환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는 쥐들이 오피오이드 주사를 맞고 나서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으로도 입증되었다. 또한 오피오이드 회로를 자극하는 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에 더 쾌감을 느끼고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조금 더 완전한 사이클을 얻을 수 있다. 단서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도파민은 우리를 음식으로 이끌고…… 음식을 먹으면 오피오이드가 분비되고…… 도파민과 오피오이드의 분비는 더 많은 음식 섭취를 유도한다.
우리는 단서로 자극을 받고 보상을 얻으려 하며, 이때 우리 뇌에서 화학 물질이 분비되면서 긴장이 누그러진다.
우리는 단서를 보면 보상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는 식품 산업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다. 식품 회사에서 식품을 생산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1963년 11월 21일, 혹은 2001년 9월 10일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라. 아마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 있었던 1963년 11월 22일이나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 9월 11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세세한 것까지 생생하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이는 무언가가 정서적으로 자극을 받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때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발표한 수많은 연구로도 증명된다.
식품 회사들이 텔레비전 광고를 할 때 삼는 목표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영양이나 포만감을 파는 것이 아니다. 정서를 파는 것이다. 애플비라는 레스토랑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식사를"이나 "사람을 모으는 향기"와 같은 광고 문구는 모두 정서를 자극한다.
이론상으로 보면, 보상을 주는 음식들이 만들어내는 자극에는 한계가 있다. 도파민이 갖는 생물학적 가치라면 동물이 음식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 음식이 당장 필요하지 않을 때 뇌는 도파민을 적게 분비한다. 우리는 자극 쪽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신경 반응을 줄이는 방법으로 적응한다. 이는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한 부분이다. "항상성은 과도함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신경과 행동과학 부교수 안드라스 하즈날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스크림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의도적인 조치를 취하는 과정은 목표 지향적인 행동의 예에 속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특정한 동기 신경 회로가 관련된다. 만일 내가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간다면, 내 행동은 목표 지향적이며 보상을 의식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행동을 굉장히 자주 한다면 의식 과정이 변한다. 나의 행동은 의도가 사라진 습관 지향적인 행동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신경 회로가 관계된다. 아이스크림을 찾는 행동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먹고 싶다는 욕구에 자극을 받지 않아도 집에만 가면 곧장 냉장고로 향한다. 나는 자동적으로 행동을 시작한다.
그는 닭고기를 고기 덩어리와 흡사하게 자르고 모양을 만들고 전분을 첨가했기 때문에 목에 쉽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가분해 효모엑기스, 인산나트륨, 농축 콩단백을 비롯해 수분을 함유하는 재료들이 들어가면 음식이 더 부드러워진다. 나는 성분 분석표에 소금이 여덟 번, 감미료가 고형 옥수수 시럽, 당즙, 꿀, 황설탕, 설탕의 형태로 다섯 번 나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음식은 가공 처리된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재료는 사람들이 더 빨리 삼킬 수 있도록 가공 처리 되었습니다……. 잘게 썰고 맛을 훨씬 높인 거죠……. 굉장히 맛있어 보이고,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칼로리가 집약되어 있어요. 씹을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겁니다."
요즘의 음식은 가공 처리가 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음식을 씹을 필요 없이 바로 넘길 수 있다.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음식들을 먹을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500, 600, 800, 900칼로리를 섭취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요." 가공 처리된 음식들은 입 안에 들어가는 즉시 녹는다.
칠리스에 고기를 공급하는 업체로 댈러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스탠더드 미트의 수석 연구원 닉 니켈슨은 콘크리트 믹서와 비슷한 기구를 이용해 닭고기와 양념을 섞는다고 말했다. "양념이 고기의 살 속으로 들어가면서 세포 조직을 찢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고기가 연해집니다."
양념을 고기에 넣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방법은 바늘 주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몇백 개의 바늘을 이용해 고기를 찌르고 결합 조직을 찢는다. "말하자면 고기를 미리 씹어놓는 것이죠." 스탠더드 미트의 전 회장인 빌리 로젠탈이 말했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칠리스 음식의 모양과 맛만 봐서는 거기에 얼마나 많은 설탕과 지방, 소금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음식이 얼마나 쉽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지 알기가 힘들다. 우리 근처에 앉아서 나초를 먹던 한 여성은 자기 몫의 3분의 2정도를 먹고 나서 접시를 테이블의 한쪽 구석으로 밀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끌어다 먹기 시작했다.
"지방은 그런 감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해주십시오. 왜 식품 회사에서는 음식에 지방을 그처럼 많이 첨가합니까?"
그 한 가지 이유는 지방을 넣으면 다양한 식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식에 지방이 들어가면 바삭바삭해지기도 하고, 크림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며, 독특한 맛이 나기도 한다고 시빌은 대답했다. 또한 음식의 맛이 진해지고 풍부해지며 "입 안이 꽉 차는 느낌을 낸다"고도 했다.
지방은 또한 맛을 강하게 하는 화학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시빌은 이 사실을 파리에서 배웠다고 했다. 파리에서 사람들이 브리 치즈 샌드위치에 버터를 바르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그 맛의 진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맛이 정말 훌륭하답니다. 샌드위치에 버터를 바르면 입 안에 넣었을 때 치즈 맛이 더 좋아져요. 버터도 더 좋은 맛을 냅니다."
또한 지방은 여러 재료를 조화롭게 합하면서 다양한 맛을 하나로 녹여 부드러운 감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식품이 있다고 할 때, 어느 한 가지 요소만 따로 떼어내 그 성공 요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성공 요인은 설탕, 지방, 소금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의 적절한 혼합이다. 한 가지 맛이 아니라 여러 맛의 조화다. 하나의 감각 자극이 아니라 다감각 효과다.
오늘날의 식품 산업은 이 모든 과정을 쉽게 처리하는 기술을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프리토레이에서 은퇴한 식품 산업 전문가인 드와이트 리스키는 포테이토칩에 염분을 첨가하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옛날에는 아주 직접적인 방식을 썼어요. 소금 그릇을 들고 포테이토칩 위에 서 있다시피 했죠. 지금은 훨씬 편리하고 과학적인 도구를 사용합니다. 처리 과정이 훨씬 더 신중하고 정확하며, 재료가 훨씬 더 균일하게 첨가됩니다."
다른 재료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양의 소금을 첨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리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에 한 가지 변수를 확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입니다. 최적의 소금 양은 칩의 두께와 설탕의 함유량과 최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양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변수들을 동시에 최적화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 변수들이 적절하게 상호작용할 때 하나의 식품은 매력을 지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스키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혼합에서 마법이 일어납니다."
만일 어떤 식품에 설탕이라는 재료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면, 연방 규정에 따라 설탕을 성분 분석표의 가장 윗줄에 적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감미료가 들어 있으면 각각의 감미료 함유량은 적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성분 분석표 아랫부분에 표기된다. 식품 회사에서는 이런 규정을 이용해 세 가지 종류의 설탕을 넣는다고 게일 시빌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설탕을 분석표 맨 위에 적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네다섯 가지 설탕이 들어간 식품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시빌은 블랙퍼스트 시리얼이라고 대답했다. 시리얼에는 대개 설탕, 갈색 설탕, 과당, 고과당옥수수시럽, 꿀, 당즙이 함께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종류의 감미료를 넣는 이유가 설탕을 성분 분석표 맨 위에 적지 않기 위해서란 말이죠?"
"맞습니다. 식품 회사가 의도하는 것이 바로 그거예요. 엄마들이 설탕의 양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 식품 회사는 해당 식품에 설탕과 지방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성분 분석표에 정확히 표시하지 않으며, 그것도 모자라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한다.
식품 사업이 성공하려면 '반복',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과자를 한 번 이상 사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 폴리는 2년 동안 여섯 달 간격으로 이 반복 정도를 측정했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처음 맛보고 좋아하는 제품이 꼭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폴리의 말로는, '수요 반복'의 핵심은 소비자가 적어도 포테이토칩을 예닐곱 개 정도 먹었을 때도 처음 한두 개 정도 먹었을 때만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폴리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즐거운 뒷맛을 남기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내가 알아낸 바로는, 처음 느낌과 마지막 느낌의 차이가 그 제품을 찾는 빈도를 결정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에서 자신이 원하는 감각 경험을 얻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팽본 심포지엄에서 폴리는 이런 질문을 제기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목적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풍미, 식감, 그 밖의 여러 감각 특징들을 기본 제품 안에 첨가해 더 많은 자극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실험 과정에서 덴 호에드와 잰드스트라는 소비자들에게 여러 제품을 맛보게 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의 감각 특징들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소비자들은 칼로리와 지방 함량 모두 높은 제품을 선호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또한 이중의 식감(예를 들면 겉은 단단하고 안은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초콜릿 캔디), 특별한 맛(예를 들면 강한 맛이 나는 소스), 혹은 이중의 맛(예를 들면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톡 쏘는 맛)처럼 독특한 감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해서 사는 식품에는 대체로 다음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독특한 감각 특징…… 그리고 먹기만 하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특징."
프렌치프라이에서 새우, 버팔로 윙, 에그 롤까지, 치킨 너겟에서 나초까지, 음식은 레스토랑 체인 주방에서 요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조립되어간다. 수많은 레스토랑의 주방은 이제 창의성을 발휘해 진짜 요리를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닌 건설 현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처럼 준비 과정을 자동화하는 이유 한 가지는 노동비용의 절감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재료를 썰다가 망할 겁니다." 벤처 투자가는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직접 채소를 써는 등의 준비 작업을 하면 그 비용 때문에 이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것은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대량 판매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기가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식품 산업의 목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미셸 폴리는 "갈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저항할 수 없음"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한 이 말은 오늘날 판매되는 식품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듯하다. 요즈음 소비자들의 갈망을 이끌어내는 식품들을 보면 소스, 치즈, 빵가루가 층층이 쌓여 있다. 식품 산업 컨설턴트인 존 헤이우드는 "어떤 음식에 확신이 없을 때는 그 위에 치즈와 베이컨을 얹으라"는 말이 레스토랑 세계에서 공공연한 농담이라고 한다.
이런 재료의 층은 입 안에서 음식을 더 잘 녹게 해 먹기 쉽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중심 재료(고기나 생선 같은)에 비해 생산 비용도 적게 든다. 또한 눈길을 사로잡고 재료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친숙하다. 헤이우드는 이렇게 말했다. "갈망을 일으키는 음식은 익숙하고 편안해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죠. 이전에 싫어했던 맛이나 재료를 먹어야 할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아마도 반은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어요."
"'어떤 제품을 판매할 때 어떻게 하면 1페니라도 혹은 몇 달러라도 더 벌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코카콜라 회사의 임원을 지냈던 마이크 맥클루드가 말했다. 30년 전에는 트리플 초콜릿 머핀을 진짜 달걀, 진짜 초콜릿, 진짜 버터로 만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 머핀은 진하고 맛있었지만 작았다.
맥클루드는 "대식의 경향이 우세해졌다"고 말하면서 식품 회사들의 태도 변화를 설명했다. 그들이 새롭게 갖게 된 사고방식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진짜 버터로 만들어진 50그램짜리 머핀을 팔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돈을 들여서 100그램이 넘는 머핀을 만들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싶다."
그 결과 오늘날의 머핀들은 훨씬 커졌지만 진짜 재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버터 대신에 쇼트닝과 오일의 혼합물이 들어간다. 재료 목록을 보면 '팜 오일과 코코넛 오일'이 적혀 있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제조사가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시기에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증거다. 진짜 달걀 대신 달걀 분말을 사용하고 저렴한 가공 처리 감미료를 넣는다. 맥클루드는 "식품 산업이 진짜 식품 대신 '방부제와 오일의 화학적 혼합물'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조건반사 과잉 섭취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감정 상태에 따라 단서에 강렬한 자극을 받고 뇌의 집행 통제가 무력해지고 먹고자 하는 충동을 더 강하게 느끼는 때가 흔히 있다.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의 조지 쿱은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자기치료의 한 형태입니다. 흥분을 조절하는 겁니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음식을 먹는 거죠."
예일 의과대학의 라지타 신하는 슬픔과 분노가 통제력 상실을 일으키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감정에 사로잡혀 격앙된 상태라면 자신도 모르게 주방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쿠키 하나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면, 슬프거나 화가 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쿠키를 찾기 쉽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 경로가 기분 변화와 쿠키를 먹는 경험을 연결하고 그 관계는 점점 강해진다.
쿱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식품들은 일종의 쾌감 효과와 진정 효과를 갖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극을 가라앉히는 거죠." 문제는 그 자극이 되살아난다는 데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인지 기억이 명확하고 지배적인 기억이 됩니다." 켄터키 대학 심리학과 그레고리 스미스는 말했다. 먹는 행동이 원하던 결과와 연결되면, 우리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자동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이전의 경험 때문에 밀키웨이 캔디 바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이런 기대 때문에 캔디 바를 더 먹게 된다. 이렇게 해서 갈망, 만족감, 그리고 더 큰 갈망의 사이클에 갇힌다. 조건반사 과잉 섭취는 자체적인 동력을 갖는다.
요즘의 환경에서는 거의 항상 먹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콜로라도 대학의 수잔 존슨은 말한다. "언제든 음식을 구할 수 있고 어디에서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에너지 섭취의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식사와 간식의 구분이 점점 흐려지면서 식사 체계가 무너진 것도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요인이 되며, 이런 현상이 결국 조건반사 과잉 섭취로 이어진다. 음식 섭취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기회만 있으면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건반사 과잉 섭취는 식사 체계를 더 심하게 무너뜨리면서 이 과정은 자기 영속적 사이클이 된다.
올랜도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메레디스 루스는 이렇게 말했다. "195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식사를 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죠. 간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점유물이었으며, 자라나는 몸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간식을 먹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와서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이제 간식을 먹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더더구나 안 좋은 현상이라면, 간식을 먹는다고 해서 식사량을 줄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아무 때나 간식을 먹을 경우에 더 그렇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간식을 먹으면서도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량을 줄이지 않는다.
보상이 당장은 오지 않을 거라고 인식할 때 뇌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같다. 음식이라는 보상을 얻을 가능성을 차단하고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이러한 뇌의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규칙에 따라 행동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행동들이 제2의 천성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는 늘 규칙을 '기억'했다가 필요한 순간마다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여기에는 주의와 연습과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감정적인 만족을 얻을 거라는 기대가 동기부여의 역할을 한다. 자신이 정한 규칙을 따른다면 결국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다.
자극에 대한 기존의 연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극을 재평가하면서 '직접적인 공격'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파지오는 말한다. 파지오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새로운 연상을 만들어내도록 제작된 영상이나 그림을 피실험자들에 계속 보여주었다. 광고회사들이 올림픽 선수와 스니커즈를 연결 짓거나 매력적인 여성을 새로운 광고와 연결 짓는 광고를 하면서 의도하는 바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 결과 자동으로 나타나는 태도에 실제로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식을 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 이런 식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초콜릿 케이크를 보면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연상을 합니다"라고 파지오는 말했다.
"어떻게 하면 설탕을 보면서도 충동을 느끼지 않는 지점에 이를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것은 어떻게 대상을 파악하는가의 문제라고 파지오는 설명했다. "초콜릿 케이크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려면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초콜릿 케이크에 대한 그런 부정적인 해석이 그 음식은 특별한 즐거움이라는 해석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탕, 지방, 소금이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준다는 기존의 연상을 없애고 대신 그런 음식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새로운 연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 단서로 유발되는 행동은 자동적인 행동이다. 일단 음식 단서와 정서적 보상 사이의 연관성이 뇌에 자리를 잡으면, 우리는 높은 보상을 주는 음식에 관심을 빼앗긴다.
둘째, 우리가 음식 자극을 인식하는 방식은 그 자극에 반응하는 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만일 보상을 주는 음식이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혐오감을 느끼며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것이다.
언뜻 보면, 이 두 원칙은 어딘가 모순되는 것 같다. 만일 행동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자극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어째서 중요한가? 섭식행동을 조정하는 것은 음식 단서를 마주했을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바꾸는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뇌의 더 높은 기능들을 사용해 인식을 바꾸면 이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우리를 인질로 잡을 힘을 가지고 있는 과식 같은 자극-반응 장애는 굉장히 악화될 수 있다. 초콜릿 칩 쿠키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 우리 삶에서 그렇게 강력한 힘을 띨 때면, 우리가 온전한 능력을 갖춘 성인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느낌은 비참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왜 나는 이 행동을 멈출 수 없는 걸까? 어떻게 그처럼 무력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우세를 점할 때, 그 반대 결과 역시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찾도록 만드는 사이클을 깼다는 만족감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강력한 보상을 준다.
단서에 대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자기 통제라는 보상이 온다. 단서를 받을 때, 우리는 충동에 쉽게 반응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선택한다. 그런 결단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단서의 힘은 약화된다. 이제 우리는 충돌하는 욕구들의 손아귀에 갇히지 않으며,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자신감과 자부심도 생긴다.
나는 식품이 갖는 보상의 힘을 니코틴이 욕구를 일으키는 힘과 비교해 설명했다. 니코틴은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강력한 힘을 갖지만, 감각 자극이 더해지고 더해지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포장지의 모양, 포장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담배에 불을 붙이고 손가락 사이에 끼울 때의 촉감, 첫 모금을 빨았다가 훅 불 때의 감각 특징 모두가 니코틴이 갖는 자극적 성질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하루 중 담배를 주로 피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흡연은 조건반사 행동이 된다. 담배 산업이 몇십 년에 걸친 전략적 광고를 통해 담배에 심어온 정서적 특징과 함께 이 단서들은 니코틴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만들고, 이제 니코틴은 강력한 자극을 지닌 대상이 된다.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식품 회사의 판매 전략과 사회 규범은 설탕, 지방, 소금이 담배와 흡사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자극하도록 조장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감각을 유혹하고, 광고를 하고,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게 하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문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유행병이 퍼지도록 내버려 둔 것은 바로 우리다. 그리고 그 유행병을 없앨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우리다. 사회 규범은 어떤 종류의 행동이 적절하고 어떤 행동이 적절하지 못한지를 알려준다. 사회적 규범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어떤 종류의 행동을 조장하고 다른 종류의 행동을 금지한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침해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확립된 기준 안에서 사는 것을 가장 편안해한다.
그런 이유로 사회 규범을 재확립하는 것은 아주 강력한 수단이 된다. 법규와 규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합리적인 행동의 정의를 바꾸는 우리의 능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과거의 주요 공공 보건 전쟁에서 배웠다. 담배가 그 한 예다. 흡연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비정상적이고 불쾌감을 주는 행동으로 보게 되었다. 담배와 담배 제조 산업 역시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생각한다. 찬양에서 비난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인식 변화는 명령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며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음식과 그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칼로리가 높은 음식, 영양 가치는 별로 없이 소금과 설탕과 지방이 잔뜩 들고 층층이 쌓인 거대한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장소를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행동을 조종하는 힘이 완전히 드러날 때, 우리를 유혹하는 단서의 힘은 사라진다. 모든 사교 모임이나 업무 장소에 음식이 있는 걸 당연히 여기지 말고, 식사 시간 이외에 제공되는 음식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케이티 버틀러 / 메가스터디북스
미국인의 75퍼센트 이상이 집에서 죽음을 맞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약 30퍼센트도 채 안 되는 이들만이 집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병원에서, 요양시설 또는 그 밖의 기관에서 죽음을 맞는다.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죽기 한 달 전부터 중환자실에서 지내며, 전체 미국인의 17퍼센트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한다.
살균 소독된 병실에서는 옛날의 통과의례 대신 병원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 규칙 속에서 죽어가는 이의 대부분은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다. 목 깊숙이 튜브가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복도를 서성이고, 자판기의 싸구려 커피로 속을 달래며, 그들이 아끼는 이가 곧 사망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간호사와 의사들은 가족이나 다른 의료진 중 누군가가 죽음을 받아들이길 거부할 경우, 중환자실에서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때로는 '고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중환자실 밖에서 누군가 "멈춰주세요."라고 말할 용기를 낼 때까지 '처치'는 중단되지 않는다.
죽음을 과도하게 의료화하는 오늘의 현대적 방식에 대한 저항이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를 열망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p.24-25)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자.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명칭으로 작성할 수 있다. 이는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의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작성하는 문서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 기관 어디서나 작성 가능하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보건소, 병원, 민간단체 등에 본인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직접 방문해서 설명을 듣고 서명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참조(www.lst.go.kr). 작성 전에 가족이나 유사시 연락을 받게 될 지인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작성 후에도 기회가 되면 먼 친척 등에게는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p.68)
기력은 귀하고도 제한된 자원이 되기 때문에 삶을 단순화하는 것은 생존 기술이 된다. 나는 '하나만 더'라는 이름의 병을, 즉 주말에 영화, 저녁 식사, 드라이브 또는 파티 등 다양한 일정을 어떻게든 더 꿰어 넣어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는 시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남편과 나는 덜 할수록,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소한 것들은 내버려 두고, 우리에게 가장 의미있고, 편안하고 그리고 기쁨을 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이야말로 당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면서 당신의 귀한 삶을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좋은 때이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고, 은행 통장도 정비하고,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공과금은 그렇게 돌리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은 당신이 더 오래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력과 의식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가능한 쉽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단순화의 원리를 의사 진료 예약, 건강검진 그리고 복용하는 약에도 적용할 수 있다. (p.77-78)
"우리 몸을 은행 예금이라 생각해봅시다." 다니엘 호퍼 박사는 종종 나이 든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샌디에이고의 거대 비영리 HMO인 샤프 리즈 스틸리(Sharp Rees-Stealy) 병원에서 호스피스와 외래 완화의료 진료부장을 맡고 있다. 그에 의하면, 20대부터 40대 후반까지는 생리적 예금에 에너지와 회복력이 넘쳐 난다. 뽑아 쓸 수 있는 활력이 넉넉하기에, 사람들은 사고, 질병 그리고 수술에서 보통 빠르고 수월하게 회복한다.
그러나 인체의 에너지 저장고는 유한하다. 중년기 후반부터 고령기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비축분을 계속 꺼내 쓴다. 면역력은 저하되고, 각종 퇴행성 질환들로 핵심 기관들은 손상을 입고, 근육은 약해지고, 신경은 하나씩 죽어가고 가벼운 타격에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 그러다가 사소한 외상, 즉 낙상이나 사고 심지어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힘든 의료 처치만으로도 처참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p.175)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롱아일랜드의 응급구조사 매튜 오라일리는 고속도로에서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TED 강연에서, 그는 '죽어가는 사람을 거짓말로 위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사실을 말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가감 없이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거의 모두 예외 없이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세 가지의 끝내지 못한 일들을 갖고 있었다. 후회가 있었고 용서를 받고자 했다. 잊힐까 두려웠고 기억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의미가 있었기를 바랐다. (p.232-233)
이제 문제는 사방에 흩어진 각종 시도들을 모아 삶의 마지막 3분의 1 지점을 향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돌봄의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자선 사업과 메디케어의 시범 프로그램 그리고 개인의 이타적인 행동에만 주로 의지해왔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받고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더 많은 기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 시스템에 들어가는 돈은 지속 가능하지 못한 성과에 열 올리는 기술에 거의 다 들어가고 있다. 개인별 필요에 따라 맞춰지는 PACE의 일부 프로그램은 쇠약해지고 불치병을 앓고 죽어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제공돼야 한다. 쇠약한 사람은 누구든 의사의 왕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 임종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여명이 6개월 이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질환의 진행 속도가 빠른 사람만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의료 보상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의료계에서 가장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은 노화와 불치병 환자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인데, 이들이야말로 죽음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환자와 몇 시간을 보내면서 환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쓰고, 의학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며 호스피스를 권하는 종양 전문의는 흔히 환자들로부터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한다. 이들보다 더 수입이 높은 의사는 죽음 며칠 전까지도, 무의미하지만 보상이 큰 항암치료를 하는 이들이다. 노인의학 전문의는 경험이 적은 내과의사보다도 돈을 적게 받고, 이 둘은 심장외과 또는 중환자실 전문의보다 연간 수십만 달러 적게 벌 것이다. 소탐대실의 전형을 보여주는 현재의 의료보험제도는, 메디케어를 포함해서 언어치료와 물리치료에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 두 치료가 환자의 기능 장애를 늦춰주고 삶의 질 유지에 도움이 되는데도 말이다. 반면 제대로 된 물리치료를 받지 못해 다친 낙상 환자의 응급실 수송 비용과 하루 7천 달러(한화 약 760만 원)의 중환자실 이용료는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우선순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전문가에게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해주고 첨단 기술을 펼치는 이들에 대해선 더 엄격한 계산법을 적용해야 한다. 현재의 의료수가 시스템은 값비싸고 불필요한 고통만 가득한, 과도하게 의료화된 죽음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평화로운 죽음의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상황 대처 능력, 지식, 지원 그리고 운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돈도 필요하다. (p.324-325)